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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길어지는 홍해 리스크…수출 전선 수호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04 14:40

서방진영 vs 후티 반군·이란 갈등 여전…글로벌 경기 침체 속 물류비·납품 지연·선복 확보 등 난항

나광호

▲나광호 산업부 기자

중동 지역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공습에 나섰으나 예멘 후티 반군과 이란의 '전의'가 사그라들지 않는 탓이다.


이번 갈등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을 계기로 촉발됐다고 볼 수 있다. 가자지구가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수출품을 실은 우리 선박들이 수에즈운하를 지나가는 것을 보기 힘들게 된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물류비 상승 △납품 지연 △선복량 부족 등이 있다. 남아프리카 노선을 택하면 수에즈운하 '하이패스' 대비 왕복 기준 2주 가량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 우리 산업계의 해운 의존도가 절대적인 것도 특징이다.


특히 유럽향 수출이 우려를 낳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우리 기업들에게 4번째로 큰 시장이다. 지난해의 경우 자동차과 차부품 및 K-방산 등의 수요 확대에 힘입어 역대 최대 성과(약 682억6000만달러)도 거뒀다.


그러나 12월 수출은 약 50억달러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유럽향 수출 상승을 이끈 품목들이 항공기를 이용하기 어려운 점도 걸림돌이다. 최근 항공운임도 반등하는 상황이다.




2차전지·가전·석유화학 공장을 비롯해 동유럽 지역에 구축한 설비에 대한 부품 공급 비용이 불어나는 등 추가적인 타격도 발생할 수 있다. 갈등이 심화되면 중동향 건설 수주를 비롯한 분야로도 파장이 전이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대미·대중 수출이 크다는 이유로 전체적으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으나, 국제무역은 한 곳의 문제가 '우물' 밖으로도 퍼지는게 문제다.


실제로 지난달말 중순 배럴당 70달러선으로 낮아졌던 국제유가도 80달러를 넘어섰다.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아직 70달러대지만,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등 홍해 리스크를 피하기 어려운 제품값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WTI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제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원가 경쟁력 하락도 어려움에 불을 지핀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구매력이 회복되지 못하는 가운데 판가를 인상하면 판매가 줄어들고 판가를 유지하면 수익성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가 임시선박 투입 등 국내 기업들의 애로 해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 박수를 보내지만, 이제는 물류비 경감과 수출금융 확대를 비롯한 정부 차원의 '금융치료'가 본격화돼야 한다. 최근 G2G(정부간 거래) 형태로 이뤄지는 수출이 많다는 점에서 외교 당국의 활약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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