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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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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자제령’에 보험사들 볼멘소리…“업계 성장성·소비자 편익 저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06 03:00

‘1인실 입원비’마저 제동…업계 “불완전판매·도덕적해이 아닌데”

업계 “다 막으면 수익성 어디서 내나…소비자편익 저해 우려도”

보험

▲금융감독원이 최근 과열양상을 보이는 입원비 보장상품과 관련해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에 대해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이 최근 손해보험사들의 '1인실 입원비' 보장액 경쟁에 제동을 걸면서 해당 상품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제재에 이은 잇따른 '자제령'이 오히려 업권의 성장성을 막는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국, '1인실 입원비' 일당 한도도 조사...업계 “이번엔 억울해"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과열양상을 보이는 입원비 보장상품과 관련해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에 대해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의 1인일 입원비는 비급여로,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에 최근 주요 손보사들이 1인실 입원비 보장금액을 줄줄이 올리는 방식으로 상품 판매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기존 5만~10만원의 1인실 입원 일당 한도를 지난달 60만원으로 올렸다. 최근엔 DB손해보험도 최대 60만원 담보를 출시했다.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는 55만원까지 일당 한도를 보장 중이다.


최근 해당 상품을 출시한 주요 손보사들에게 금감원이 '사실상 제재'에 들어가자 보험사들은 1인실 입원비 한도를 내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일부 보험사는 해당 상품을 절판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현재 '특판상품의 판매 중지 마케팅'에 들어간 상태다. 한 보험설계사는 “만원대 보험료로 상급·종합병원 입원비의 합산 60만원 보장이 가능한 상품 중 일부가 오는 8일까지만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손보사들이 제시 중인 보장금액의 적정성을 파악하는 한편 과열 경쟁 자제를 당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불필요한 1인실 입원 유발 등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 야기와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비싼곳을 기준으로 보장 한도를 높인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관해 보험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상급병원 병실 이용비에 따라 책정한 입원비로, 과당경쟁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며 “나이롱환자가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입원하기 어려운 환경 등 도덕적 해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 제제→상품 퇴출' 반복...“성장성 저해 부작용" 우려도

금융당국의 제재로 인한 보험상품의 절판 양상은 지난해부터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2일부터 감독당국이 생명보험사들을 대상으로 단기납 종신보험과 관련해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보험사들이 이달부터 일제히 10년유지 환급률을 120%대로 낮춰잡거나 일부 상품의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에는 독감치료를 받으면 최대 100만원까지 지급하던 소위 '독감 보험'이 당국 제재로 인해 판매가 대폭 축소됐다. 당시 금감원은 독감보험 판매 보험사들을 소집해 과열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보험 특약이나 플랜 판매 자제를 주문했다. 단기납종신보험이나 독감보장에 관해 과열경쟁으로 인한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처사였다. 금감원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손보업계가 운전자보험에 변호사 선임 비용 보장 특약을 내걸자 판매 경쟁이 과열될 것을 우려하며 불필요한 변호사 선임을 조장하거나 선임 비용을 부풀려 보험 가입 금액을 높이지 말라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당국으로부터 이어진 제재와 절판 양상을 두고 업계 일각에선 빈번한 제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생보업권은 저출산 등의 환경으로 종신보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손보업권은 대표상품인 자동차보험 가입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어 성장성의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독감보험의 경우 소비자가 상품에 관해 오인하거나 잃을 게 없는 상품이었고 단기납 종신보험은 사실상 어느 때보다 완전판매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를 위해 정확한 납입 기간과 환급액이 고지됐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상품판매 중단으로 이어지는 이같은 흐름은 업황악화에 직면한 보험사들이 그나마 남겨둔 돌파구를 막는 행위이자 보험상품의 창의성을 저해하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사망만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전통적인 종신보험이 외면을 받는 상황에서 각종 기능이 추가되는 흐름인데, 저축기능 강조를 문제삼는 것 자체가 과한 제재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요양이나 상조 등에 대한 규제도 막힌 상황에서 신사업을 통한 수익성 창출도 사실상 불가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과열양상이 불거짐으로써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지만 실상은 오히려 소비자편익 증진을 가로막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당국이 제재에 나서면 일시적으로 가입문의가 폭주하고 판매채널에서도 '당국이 막으면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이라는 판촉문구까지 형성된다. 이런 환경은 오히려 불완전판매를 부추길 수 있고, 소비자가 편익을 누릴 수 있는 부분도 저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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