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8년까지 국내 발전설비 비중을 결정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초안) 일정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을 목표로 했으나 신규원전·재생에너지 비중과 탄소중립 목표와의 정합성에서 연거푸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상반기를 목표로 한 최종안 발표 일정도 더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11차 전기본은 지난해 말까지 각종 워킹그룹 회의를 종료하고 총괄위원회 차원의 논의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수급계획 수립 절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최종적인 전원 믹스, 특히 무탄소 전원 비중을 두고 고민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신규 원전을 확대하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 그렇다고 비중을 낮추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1차에서는 10차 전기본까지 있던 신재생에너지 분과가 없어지고 무탄소전원 분과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여기서 원전과 재생에너지랑 수소 등의 비중을 정하는데 지금 재생에너지 신규 물량이 잘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본 상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은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었다. 지난 10차 전기본 발표 이후에도 야당과 환경단체는 지난 정부보다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가 낮아져 2050 탄소중립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으며 원전업계는 탈원전 폐기를 선언했지만 실질적인 원전 확대가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알려진 대로 11차 전기본의 최대 쟁점은 신규 원전 건설 규모다. 원전 업계에서는 최대 10기까지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2~4기 정도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이 포함되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획이 반영된 2015년 7차 전기본 이후 처음이다.
앞선 10차 전기본(2022∼2036년)에서는 2036년 전원 믹스를 △원전 34.6% △석탄 14.4% △액화천연가스(LNG) 9.3% △신재생 30.6% △수소·암모니아 7.1% △기타 4.0%로 정했다.
한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원전,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각각 31.1%, 33.2%, 26.5%, 7.9%였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출력을 조절하기 어려운 경직성 전원인 원전이 늘어나면 자연히 재생에너지 비중이 줄어들고 대신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LNG발전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여러 가지 데이터들을 확인하면서 2050탄소중립, 2030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등과의 정합성을 맞추는데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며 “예전 차수에 비해서 감사원에서도 여러 차례 내용을 들여다 보는 등 이번에 주문이 많다. 수립에 참여하는 위원들에게 쫓기듯 하지 말고 꼼꼼히 챙겨보자고 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초안을 결정할 총괄위원회 회의는 설 연휴 이전에 예정됐으나 무산됐으며 조만간 다시 소집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초안 발표 데드라인이 공식적으로 있는 아니다. 다만 다음 총괄위원회 회의에서는 비슷비슷한 얘기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결론을 낼 필요가 있는 만큼 명절 전후로는 좀 시간을 갖자고 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처음 출발할 때는 연말까지 마무리 해보려고 노력한다라고 했고 지금 늦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어쨌든 데드라인은 없게 때문에 쫓기지 않고 마지막까지 내실을 키우기 위해 데이터들을 좀 열심히 점검 작업하고 있는 중이다. 발표 시점을 명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막바지에 도달한 건 사실이다. 최종적으로는 상반기 중에 최종안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실무안 발표는 총선 이후, 최종안 발표도 상반기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본은 초안 발표 이후 공청회외 국회보고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발표한다. 조만간 초안이 발표된다고 해도 현재 총선 정국인 만큼 국회 보고 일정이 잡힐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다음 22대 국회가 5월 30일에 시작하는데 상임위 등 원구성이 한 달안에 마무리 될지도 미지수다. 13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국회 원 구성에 평균 41.4일이 소요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전기본은 2년 마다 수립하는 계획이다. 지난 10차 계획이 지난해 초에 발표된 만큼 올해 말까지만 수립하면 된다"면서도 “다만 정부의 국정과제도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수립하려고 했던 것이다. 급하게 하는 것보다 올바른 계획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