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의 폐기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한국방사성폐기물 학회 “40년 이상 방폐물 원전 내 있는 주민 외면 말아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는 23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고준위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범국민대회'(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경주·기장·영광·울주·울진 등 원전지역 주민을 비롯해 카이스트 등을 포함한 8개 대학 학생들이 참여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와 한국 전력기술, 한국원자력연구원,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산·학·연 유관기관도 참석했다.
여기에 최남호 산업부 2차관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회 여당 간사를 맡은 김성원 의원을 비롯해 법안 대표발의자인 이인선·김영식 의원, 원전을 지역구에 둔 김석기(경주)·정동만(기장)·서범수(울주) 의원도 자리했다. 총 참석자 규모는 600여 명이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이날 행사에서 “남은 2월 임시국회 기간 중 고준위 특별법의 산중위 통과를 위해선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라며“정부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특별법 제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조속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년 이상 고준위 방폐물을 원전 내에 두고 있는 주민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고준위 연구·개발(R&D)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인 고준위 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국가적 난제 해결을 위한 국회의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원자력산업협회를 비롯해 원자력 및 방사성폐기물 관련 업계도 성명을 통해 "원전산업 활성화와 수출경쟁력 강화를 통한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21대 국회가 협치와 합의의 정신으로 고준위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8개 대학 학생들도 미래세대를 대표해 "고준위 방폐물 관리 책임을 미래세대에 전가하지 않도록 현세대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은 정치 논리를 떠나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진정 국민이 원하고 국민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마무리하여 줄 것을 국회에 촉구하는 공동건의문 채택에 합의했다.
◇고준위특별법, 국회서 계류중…6년 내 폐기물 차고 넘쳐
고준위 특별법은 원전 가동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선 폐기물을 저장하는 고준위 방폐장 마련을 골자로 한다.
현재 이 법안은 여야의 의견 충돌로 인해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여당은 고준위 방폐장 수용용량을 원전 '운영기간 발생량'으로, 야당은 '설계수명 기간 발생량'으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이 방폐장 저장용량을 원전이 예측한 수명보다 더 돌아갈 것을 대비해 충분히 확보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원전을 정해진 수명까지만 운영하도록 방폐장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법안은 처리 시한이 임박한 상태다. 사실상 제21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인 이번 임시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 다음 국회 시작 전까지 계류돼 있는 법안들은 모두 삭제 처리한다는 규칙에 따라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이번 임시회는 6일 뒤인 오는 29일 종료된다.
한국은 원전을 운영한지 50년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방사성 폐기물 영구 처분장과 중간 저장시설이 없어 원전 부지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이마저도 한계에 도달해 원전 부지에서 임시로 사용하는 저장시설 마저도 당장 6년 뒤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차고 넘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3년 2월 발표한 '사용후 핵연료 발생량·포화 전망 재산정 결과'에 따르면 오는 2030년쯤이면 대부분의 저장시설이 포화된다고 내다 봤다.
산업부가 10차 전기본에 따라 저장시설 포화 시점을 재산정한 결과, 사용후 핵연료 예상 발생량이 지난 2021년 12월 당시 63만5329다발에서 79만3955다발로 1년여사이 15만8626다발 늘어나면서 앞서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가 '9차 전력기본계획'을 전제로 산정한 포화 시점보다도 1∼2년 빨라졌다.
전라남도 영광군 한빛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시점은 오는 2031년에서 2030년으로 1년 빨라졌다. 경상북도 울진군 한울원전은 기존 2032년에서 2031년으로, 경북 경주시에 있는 신월성원전은 애초 2044년에서 2042년으로 당겨지면서 원전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