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5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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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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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사라진 K-건설, 파격 조치 없인 지속불가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26 14:10

[기획] 건설현장에 숙련공이 없다(중)

건설업계 고령화 심각…노동 생산성 저하

‘건설기능인 등급제’, ‘적정임금제’ 실효성 떨어져…보완 시급

안전한 건설현장 조성도 필수적

건설업계

▲정부가 청년층 유입과 숙련된 기능인을 양성하기 위해 '건설기능인 등급제'와 '적정임금제'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사진=픽사베이

국내 인력의 고령화, 해외 인력 유입 등에 따른 비숙련화가 심화되면서 건설업 전체의 생산성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10년 후 한국 건설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현장의 한탄이다. 정부가 내세운 '건설기능인 등급제'와 '적정임금제' 등의 대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 건설업 생태계 유지를 위해 청년층 유입·숙련 기능인 양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제도 보완과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안전한 건설현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현장의 손과 발을 담당하는 기능 인력의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현장에서 사고가 빈발하고 열악한 근무환경까지 더해져 젊은층의 유입이 끊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건설현장의 생산성도 떨어지는 추세다.


◇정부 대책 '무소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한국 건설산업 생산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 전체의 노동 생산성 지수는 증가한 반면, 건설산업의 노동 생산성 지수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산업의 부가가치 기준 노동생산성 지수는 2011년 104.1에서 2021년 94.5로 감소했다. 특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8개국 중 26위로 하위권에 그치고 있다.


정부도 건설기능인 등급제, 적정임금제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건설기능인 등급제는 건설기능인을 초급·중급·고급·특급으로 구분해 경력 등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제도로 2021년 5월부터 시행됐다. 현장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22년 11월 발표된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건설기능인 등급제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답변한 건설노동자는 전체 설문 참여자(1327명)의 16.6%뿐이었다.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건설기능인 등급제만으로 업무 역량을 파악하기 힘들다며 도입을 꺼리고 있다. 경력과 자격, 교육, 포상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지만 정작 사용자가 선호하는 직무 역량과 직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기능인 등급제는 일부 현장에서만 도입되는 제도"라며 “시행 4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히 경력만으로는 직무역량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숙련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등급 산정 기준을 다시 세우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전한 작업환경 등 적극적인 노력 필요


건설산업의 '최저임금제'로 평가받는 적정임금제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 적정임금제는 하도급거래 과정의 근로자 임금 삭감을 방지하기 위해 근로자에게 시중 노임단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도 등 일부 공공발주 현장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시장경제 원칙에 반하고 사업주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적정임금제 도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적정임금제는 일종의 최저임금제로 노무비가 증가할 수 있어 경영자 입장에선 부담"이라며 “적정임금제를 도입할 경우 미국과 호주 등 해외 사례처럼 생산성이 떨어지는 인력들에 대해 노조가 적극적으로 인력을 교체해주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망 등 중대재해가 건설 현장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459명(449건)으로 이 중 건설업종 사고사망자는 240명(235건)이다. 중대재해 사망자 절반 이상이 건설업종에서 발생해 인력 유입을 막고 있다.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장(군산대 명예교수)은 “현장 사고가 빈발하고 열악한 근무환경까지 더해져 젊은층 유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이 시급한 상황이며 이를 위해선 적정 공사비와 발주처의 책임을 강화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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