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윤 BMW코리아 대표와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의 리더십이 수입차 시장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외국계 기업 한국 법인의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맡아 자동차 판매를 크게 늘리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성과를 내면서다. 두 사람이 성공신화를 쓰면서 경쟁사들도 한국인 CEO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 대표는 2019년 4월부터 BMW그룹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코로나19, 화재사건 등 부침을 겪으면서도 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는 특히 한 대표가 국내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는 점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배기가스순환장치 부품 결함 해결을 위해 수십만대의 자동차를 리콜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최대한 막았다는 이유에서다.
2019년 당시 4만4191대였던 BMW코리아의 국내 판매는 작년 7만7395대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라이벌인 메르세데스-벤츠(7만6697대)를 판매 성적에서 앞서며 한 대표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8년만에 1위 자리를 재탈환한 것이다.
BMW는 올해 1월에도 4330대를 팔아 벤츠(2931대)를 누르고 '수입차 왕좌' 자리를 지켰다.
한 대표는 BMW 5시리즈 같은 차종을 한국에 세계 최초로 출시하는 등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하는 데 애써왔다.
2014년부터 볼보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존재감이 미약했던 볼보를 가장 매력적인 브랜드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이후 2021년까지 연간 판매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하고 마일드 하이브리드 차량 투입, 전동화 전환 등에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볼보의 지난해 판매는 1만7018대로 전년(1만4331대) 대비 17.9% 늘었다. 업계 순위에서는 아우디(1만 7868대)를 바짝 뒤쫒으며 4위를 차지했다. 올해 1월에는 965대를 팔며 토요타(998대)의 뒤를 이었다. 한때 독일 '빅4'라는 말이 돌았었지만 볼보가 이 아성을 깨고 상위권 업체로 도약한 것이다.
이 대표는 볼보가 디자인을 개선하고 차량 상품성을 높일 당시 국내 투입 모델의 가격을 해외 모델 대비 하향조정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 대표가 실적을 충분히 내니 본사 역시 한국에 물량을 먼저 밀어주거나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한 대표와 이 대표가 선전하면서 경쟁사들도 한국인 CEO를 다시 임명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폭스바겐, 포드, 재규어랜드로버 등 한국인이 이끌던 업체들의 선장도 본사 출신 외국인으로 바뀌는 추세였다. 최근에는 스텔란티스코리아 CEO에 방실 사장이 부임하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BMW와 볼보의 경우 CEO가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직원·소비자와 꾸준히 소통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