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매각 가격, EBITDA에 부채 더해 산정
제주항공·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에어인천 등 4개사 응찰
재무 구조·자금 조달 능력에 인수 가능성 의문
최대 1조9000억원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에 국내 4개 항공사가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재무상 여력이 부족해 실제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일 IB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주관사 UBS는 지난 5일 제주항공·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고·에어인천 등 4개사에 롱리스트 선정 사실을 통지했다. 지난달 28일 4개사의 인수 의향서(LOI)를 마감한지 6일 만이다.
UBS가 4개사에 제공한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관련 자료에는 기재 보유 현황과 2022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1년 간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3000억원과 영업이익 1500억원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4000억원에 이르는 부채까지 포함하면 자산은 7000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는 현재 자체 보유 화물기 8대, 리스기 3대를 포함해 총 11대를 운용 중이다.
통상 항공사 매각 가격은 상각 전 영업이익에 4.5에서 5배를 곱한 다음 부채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산출해낸다. 이 같은 계산식에 입각하면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가격은 최소 1조7500억원에서 최대 1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가격이 예상되자 항공업계에서는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항공 화물 운임 대세 상승기였던 2022년 4분기에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이익 1240억원을 기록했고, 이 중 700억원 가량이 화물본부의 몫이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아니냐는 것이다.
인수 희망 항공사들은 향후 6주 남짓한 시간을 갖고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에 대한 실사 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매각 건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의 전제 조건인 만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적격 경쟁사 검증도 받아야 한다. 이는 실제 시장 내 통합 대한항공의 경쟁자로 활동이 가능한지에 대한 조처다.
하지만 이 매각 작업이 국내 4개 항공사들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응찰 회사들 중 가장 규모가 큰 제주항공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1698억원이고, 지난해 3분기 말 현금·현금성 자산·단기 금융 상품을 모두 더해도 5241억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소 매각가로만 매겨도 1조2259억원이 모자란 셈이다.
게다가 제주항공은 앞서 2018년 보잉과 계약한대로 리스기를 구매기로 전환하는 데에 6조원 가까운 재원을 쏟아붓기로 돼있다.
미주 노선에 787-9 드림라이너를 띄우는 에어프레미아, 최근 부활에 성공한 이스타항공의 경우 꾸준히 기재를 들여오고 있다. 추구하는 사업 모델 자체가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양측 모두 보유 기재가 10대도 되지 않아 기단을 형성했다고 볼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울러 두 회사는 화물에 대한 운항 증명(AOC)이 없고, 사모펀드를 뒷배로 두고 있다지만 조단위 자금 조달 능력을 갖고 있는지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화물 전문 항공사인 에어인천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비상장사인 이유로 분기별 실적을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2022년 영업이익은 190억500만원, 현금·현금성 자산·단기 금융 상품은 185억4700만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설령 아시아나항공 화물기들을 품는다 해도 운용 비용이 상당해 감당이 가능하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객형 모델을 화물용으로 개조한 747-400BDSF 6대는 1991년부터 1999년 사이에 제작됐고, 처음부터 화물기로 만들어진 747-400F 4대는 1994년부터 2000년 사이에, 767-300F는 1996년에 만들어진 노후기다.
최소 20년, 최대 33년 된 대형기들인 만큼 감항성 유지에 유지·보수·분해 조립(MRO)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부품 수급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국내 LCC들 중에서는 가장 탄탄한 재무 구조를 갖춘 건 사실이지만, 구매기 도입과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인수를 동시에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나머지 항공사들 역시 인수전의 들러리에 불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