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또 하나의 원군을 얻었다. 5% 수준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국민연금이 주요 안건에 대해 현 경영진의 손을 들기로 한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인 이상의 이사 선임시 해당 인원 만큼 의결권을 부여하고 이를 선호하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수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소수주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대주주에 우호적인 이사들을 중심으로 꾸려지던 기존 이사회와 다른 인적 구성을 가져갈 수 있다는 이유다. 국민연금의 행보가 정해지면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이사회 내 입지 강화를 노리던 MBK·영풍의 구상도 실현 가능성이 소폭 낮아졌다도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이사 수를 19인 이하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해서도 찬성표를 던지는 까닭이다.
MBK와 영풍은 현재 13인으로 꾸려진 고려아연 이사회에 14명을 더해 과반을 확보한다는 전략이었다. 국민연금이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의 경우 최 회장 측 후보 3명과 MBK·영풍 측 3명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전체적으로는 고려아연에 무게추가 실린 모양새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 플랫폼 헤이홀더는 집중투표제 도입이 '자본시장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는 훌륭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반면, MBK와 영풍은 “집중투표제 도입시 소수주주 보호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가 몰각되고, 최 회장의 자리 보전 연장 수단으로만 악용될 것"이라며 “정관 변경 의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일반 주주들의 설득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