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공천 과정에서 국민의힘에 지지율을 크게 뺏긴 것으로 평가되는 더불어민주당이 개별 지역 이슈 경쟁에서도 '악재'를 마주친 모습이다.
특히 주목받는 지역은 전체 지역구 의석 25%에 달하는 '핵심 승부처' 서울(48석)과 인천(14석)이다.
이들 지역은 문재인 정부 시기를 전후로 민주당에 지지를 몰아줬지만, 지난 대선·지선을 거치면서 '민심 우클릭' 가능성을 열었다.
서울은 지난 대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 보다 윤석열 대통령을 더 많이 선택했고 지난 지선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에 2연속 압도적 지지를 몰아줬다. 인천은 대선 때 윤 대통령 보다 이 대표를 선택한 유권자가 많았지만, 지선에서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과반 넘는 넉넉한 득표율(51.76%)로 당선됐다.
현재 양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서울, 민주당이 인천에서 '근소 우위'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다만 개별 이슈로 보면 두 지역 모두에서 민주당 위기가 선명해 보인다.
서울의 경우 전통적 야권 강세 지역인 노원 갑·을·병 가운데 병이 선거구 개편으로 사라져 민주당이 사실상 1석을 잃고 시작한다.
남은 서울 48개 지역구 중 8일 기준 여야 후보 윤곽이 드러난 40곳에서도 동작을, 중·성동갑, 영등포갑 등지에 민주당 악재가 산재해 있다.
동작을은 현역 이수진 의원이 공천 배제에 반발해 이 대표를 강력 비판하고 탈당했다. 민주당은 대신 영입인재인 '반윤 경찰' 류삼영 후보를 공천했는데, 신인의 정치력으로 분열된 지지층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에서는 앞선 패배를 설욕하고 5선 고지에 오르려는 나경원 전 의원이 일찌감치 지역구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동작을 지역 자체도 21대 총선 전까지 십수년 간 보수 후보를 당선시킨 토양을 지녔다.
중·성동갑은 민주당 강세로 꼽혀온 곳이지만, 민주당 공천 갈등 '뇌관'이 터진 지역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친문 핵심'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경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컷오프(공천 배제)되면서다. 이 지역에서 패배할 경우 1개 선거구를 넘어 '이재명식 공천' 자체의 패배를 대표할 공산도 크다.
이에 민주당은 종로에 공천 신청했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긴급 재배치했으나, 국민의힘은 초반부터 보수 대표 '경제통' 윤희숙 전 의원을 공천해 레이스를 먼저 시작한 상황이다.
영등포갑은 국회부의장 출신 김영주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힘 소속으로 5선에 도전한다. 이 지역 경쟁자는 민주당 친명계인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이다.
이미 전 국회부의장과 전 구청장이라는 체급차가 선명할 뿐더러, 영등포갑은 17~18대 총선 연속 보수계열 후보가 승리했지만 김영주 의원이 탈환해 내리 3선을 한 지역이다.
특히 이 대표는 탈당 전 김 의원에 “참 존경하는 분", “제 개인이 주관적으로 점수를 드렸다면 분명 좋은 평가였을 것" 등으로 호평한 바 있어, 공세 설득력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밖에도 현 민주당 지역구 가운데 18~19대 총선 보수 후보를 배출했던 강동·양천갑, 서대문을 지역과 20대 총선에서도 보수 후보를 밀었던 강서·도봉·양천 을, 강북갑 등에서도 격전이 전망된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나선 인천은 위기가 더욱 선명하다.
인천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4년 전보다 1석 늘어난 14개 의석을 놓고 여야가 격돌한다.
이 가운데 지난 21대 총선에서 뽑힌 허종식(동·미추홀갑), 윤관석(남동을), 이성만(부평갑), 송영길(계양을) 등 무려 4인이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기소돼 인천 자체가 의혹 진앙이 된 상황이다.
특히 부평구는 이성만 의원이 갑 지역에 무소속 출마하고, '친문 핵심' 4선 홍영표 의원이 탈당 뒤 을 지역 5선에 도전하는 등 공천 갈등도 겹쳤다.
인천 선거구 중 가장 주목받는 계양을 '명룡대전'(원희룡 국토부 전 장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매치)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 대표 선거 결과는 친명계 최고위원인 박찬대 의원(연수갑)과도 일부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민주당이 압승한 21대 총선에서는 넉넉한 득표율(56.87%)로 당선됐지만, 민주당이 수도권 대승을 기반으로 전국 '신승'했던 20대 총선에서는 40.57%를 얻어 2위 후보와 불과 0.29%p 격차를 보였다.
결국 지난 총선 민주당이 얻었던 11곳 중 6곳이 저마다 '위험'을 안고 시작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은 지역구 현역 의원이 구속되면서 무주공산이 된 남동을에 신재경 대통령실 전 선임행정관을 경선을 거쳐 공천했다. 동구미추홀갑에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장을 지낸 심재돈 전 당협위원장이 나선다.
부평구에는 변호사 출신의 이현웅 국민의당 전 지역위원장이 을에 전략 공천됐고 갑에는 유제홍 전 시의원 공천이 확정됐다. 연수갑에는 박찬대 의원과 두 차례 맞붙었던 정승연 전 시당위원장이 세 번째 승부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