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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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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최악 불경기에 ‘1그루 4천만원’ 소나무 심는 서울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13 15:10

서울시, 132억원 들여 서울광장에 소나무 숲 조성 중

최악 불황 속 예산 낭비 논란…수종 부적합 지적도

민의의 장 광장 역할 축소 우려

서울시가 시청 본관 앞인 서울광장에 소나무 등을 심어 숲을 조성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가 시청 본관 앞인 서울광장에 소나무 등을 심어 숲을 조성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광장 광장숲 1단계가 완룐된 광장 외곽 모습.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서울시가 서울광장에 고가의 소나무 숲을 조성하고 있어 논란이다. 132억원이나 들어가 극심한 경기 침체 속 예산 낭비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녹지 공간의 기능 여부, 부적합한 수종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의 성지인 서울광장의 기능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132억짜리 '소나무숲' 조성

시는 시청 본관 앞 서울광장에서 '서울광장 광장숲'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오세훈 시장이 2022년 9월15일 '시장 방침'으로 직접 지시했다. 1만 2459㎡ 면적에 나무와 화초 등을 심는 녹지 조성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132억여원이다. 현재 시청사 맞은 편 플라자호텔 방향 등 748㎡ 부지에 총 24그루의 소나무와 관목, 초화류 등을 심는 1단계 사업은 완료된 상태다. 총 18억원이 들었고 소나무 한 그루당 식재 비용은 4000만원이었다. 심겨진 소나무 중 9그루는 메르세데스-벤츠가 후원했다.


시는 광장의 다른 부분도 숲으로 조성해 녹지의 범위를 광장 전체로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2단계 광장숲 조성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10월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착수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세종대로 사람숲길'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연결하고 역사문화의 상징성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시 관계자는 “서울광장에서 여러가지 문화행사나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며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나 그늘이 없어 불편을 겪어 왔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가·효용성·수종 부적합 등 비판 거세

그러나 이를 둘러 싸고 여러가지 비판이 일고 있다. 우선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 서민들이 고통을 겪는 마당에 시가 130여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고가의 소나무숲을 만드는 게 맞냐는 지적이 있다. 이날 서울광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인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광장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소나무 숲을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1단계 사업이 완료됐다는 것도 지금 알았는데, 들어갔다는 돈에 비해 너무 초라한 모습이라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서울광장에 숲이 조성되더라도 녹지쉼터로 기능하기 어려울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또 다른 시민은 “서울광장이 크지 않고 주변 교통도 혼잡해서 숲이 조성된다고 해도 도로와 광장 사이를 분리하기가 힘든 것 같다"면서 “누가 매연과 소음이 가득한 곳에서 쉬려고 하겠냐"고 반문했다.


녹지 전문가들도 비판적이다. 시가 고른 소나무는 한반도가 아열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심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 또 수종 자체가 공해 물질 차단이나 그늘막 효과도 없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생명다양성재단 이사)는 “숲을 통해 녹지쉼터를 조성하려면 소나무가 아니라 낙엽활엽수가 적합하다"며 “소나무 식재는 커다란 나무를 심어 치적을 남기기 위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서울광장에 숲이 조성된다면 '광장'의 본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조성 취지는 좋으나 서울광장은 민의를 전달할 수 있는 시위나 집회가 자주 열리는 곳"이라며 “숲이 조성된다면 광장의 본래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최대한 광장의 기능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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