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용산구 용문동 일대에서 대형 건설사를 사칭한 재개발 사업 관련 현수막이 내걸렸다. 동의율을 올려기 위해 투기 세력이 벌인 일로 추정되는데, 최근 곳곳에서 비슷한 사기 수법이 횡행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4~5시쯤 용산구 용문동 일대에 '용문동 38번지 일대와 신창동77번지 모아타운 추진을 성원합니다. 신뢰의 파트너 삼성물산 임직원 일동'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삼성의 로고와 삼성물산 사명, 래미안 브랜드가 그려져 있었다. 모아타운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후 고안해 낸 지역단위 주거지 정비사업이다. 대상 지역은 신축과 구축 등이 혼재돼 있어 재개발이 곤란한 지역(면적 10만㎡ 미만, 전체 노후도 50% 이상)이 대상이다.
따라서 이 현수막은 마치 이 지역에서 서울시가 모아타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삼성물산이 재개발 추진과 공사 수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삼성물산측은 주민들의 문의에 지난 11일 “우리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수막을 만들지도 설치한 적도 없다"며 “아직 어떤 단체가 도용한 것인지는 확인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짜 현수막 사건은 한 블로거가 용문동 곳곳에 설치된 현수막 사진들을 게재하면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블로거는 현수막이 가짜로 밝혀지자 게시물을 삭제한 상태다.
◇ 이익 노린 투기세력 '가짜 정보' 횡행
이번 사건은 특정 세력들이 대기업인 삼성물산과 오 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재개발 브랜드 '모아타운'의 이름을 내걸고 투기를 조장하려 벌인 일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곧 탄로날 거짓이라고 해도 “대기업도 관심을 갖는 사업지"라는 인식을 심어 놓으면 동의율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 재개발 투자는 사업시행인가 및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진입하거나, 좀 더 공격적으로 간다면 조합설립인가 동의율 70% 이상 시점에서 투자를 실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집값이 크게 올랐다 보니 투자금이 적게 들어가는 사업의 극 초기 단계부터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항간에는 신축 빌라를 지은 건축업자들은 준공 후부터 모아타운 동의율을 얻으려고 작전을 펼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최근엔 종종 재개발 사업 초기 단계에서 집값을 띄우고 홀연히 이익을 챙긴 채 사라져버리는 투기 세력들의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설계자'들은 싼 값에 부동산을 구매해 놓은 뒤 극초기부터 마치 재개발 구역 지정이 다 된 것처럼 지도를 그려 매수자들을 속인 후 비싼 값에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수법을 쓰고 있다.
아예 사무실을 차려 재개발 추진위원회 간판을 걸고 동의서 요청 현수막을 걸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오픈채팅방에 올리는가 하면, 정교하게 조감도까지 그려 그럴듯하게 투자자를 모으는 이들도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건설사 이름으로 된 현수막을 보게 된 투자자들은 사업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고 투자 의향이 높아질 수 있다"며 “앞으로는 이같은 유사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처벌을 철저히 하고 투자자들도 재개발 사업이 실제 진행되고 있는지 제대로 알아보는 등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