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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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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통신대리점에서 ‘번호이동’ 상담을 해봤다…“진짜 50만원 줘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14 15:37

14일 최대 50만원 전환지원금 제도 시행…현장 도입까진 ‘가시밭길’

불법보조금 성행으로 여전히 ‘성지’가 저렴…“소비자 체감 미미할 것”

서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서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사진=윤소진 기자

“갤럭시 S24는 32만원, 울트라는 78만원까지 해드려요. 가격은 소리내서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서울 마포구 한 '휴대폰 성지'에서 통신사 번호이동을 상담하고 안내받은 가격이다. 휴대폰 성지는 고가 요금제 가입을 조건으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해 단말기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이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제정 이후에도 여전히 커뮤니티 등을 통해 거래가 성행 중이다.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 제도가 시행되면서 '갤럭시S24 실구매가 0원' 등의 정보가 쏟아졌다. 이제 성지를 통하지 않더라도 보다 저렴하게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커졌지만, 실제 현장에선 아직 지원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 혼란이 커지고 있다.


◇ 아직 안돼요


14일 이동통신3사 대리점을 방문해 통신사 번호이동 상담을 해본 결과 모두 “전환지원금 지급은 아직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전날 전체 회의에서 현행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에 더해 별도로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단통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고시를 의결했다.


현재 갤럭시S24(출고가 약 115만원) 기준 이동통신 3사는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을 더해 50~60만원 사이의 지원금을 책정한 상태다. 이날부터 이론적으론 갤럭시S24를 번호이동으로 구매할 때 최대 100만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방통위는 통신사가 50만원 내에서 전환지원금을 자율적으로 지급하도록 했는데, 시행 첫 날부터 소비자 문의는 빗발치고 있지만 아직 현장 도입까진 갈 길이 멀다.


한 통신대리점 직원은 “아침부터 전화나 방문 상담으로 전환지원금에 대한 문의는 계속 있었다"며 “본사에서 내려온 지침도 없고, 전산에 입력 항목도 아직 없다. 언제부터 가능하다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통신대리점에서 번호이동 고객에게 전환지원금을 별도로 지급하기 위해서는 전산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고 지원금 지급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업계에선 2~3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현재 이통3사 모두 지원금 제도의 현장 도입 시기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지침대로 서둘러 준비는 해야겠지만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적으로 제도는 마련해 놓고 시행은 자율에 맡겼기 때문에 시일이 늦어질수록 통신사를 향한 소비자 불만만 커지게 될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 효과 있을까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서두른 것은 앞서 발표한 단통법 폐지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에 앞서 통신사 간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전체 인구수를 넘어선 상태로, 경쟁사에서 넘어온 고객에게만 혜택을 지급하는 것은 기기 변경이나 신규 가입 고객에겐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통신사의 전환지원금 규모가 얼마나 책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여전히 불법보조금을 막을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10만원대 요금제 6개월 유지를 조건으로 '성지'에선 단말에 따라 적게는 20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성지 직원은 “요즘 단속이 심해지긴 했지만, 카페나 블로그 등 커뮤니티를 통해 방문하는 고객들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전환지원금 주게 되더라도 지금처럼 성지에서 임의로 제공하는 보조금은 거기에 더해 추가되는 것이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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