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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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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최저 시급에 맡겨진 대한민국 하늘 관문 보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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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산업부 기자

연간 약 92만편 운항(2019년), 국제공항협의회(ACI) 인증 세계공항서비스평가 세계 1위. K-공항 플랫폼 해외 수출.


모두 국내 공항들이 거둔 빛나는 실적이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1년 기준 평균 연봉이 8985만원, 한국공항공사는 6850만원에 달했다. 한국공항공사는 공기업인만큼 타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직업 안정성까지 보장돼 신입 사원 공개 채용 경쟁률이 500대 1을 넘은 적도 있어 가히 '신의 직장'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공항에서 근무한다고 해서 모두가 비슷하거나 같은 조건 아래에 있는 건 아니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은 언제나 인파로 붐비는 곳이다보니 보안 관련 각종 사건·사고들이 터지기 십상이어서 관리 측은 보안 검색 요원을 출국장 등 곳곳에 배치한다. 이들은 6개조 4교대로 투입돼 12시간 이상의 고강도 근무를 버텨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손에 쥐는 돈은 최저 시급 수준이다.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공항 보안 검색 요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만난 17년차 유민송 전국공항노동조합 보안본부장은 “새벽 4~5시에 근무를 시작해 오후 9시에 퇴근하지만 월급은 200만원 언저리"라고 하소연했다.




보안 요원들의 기본급은 180만원 선이고, 식비는 15만원을 하회한다는 전언이다. 이런 이들에게 공항 당국은 직급이나 직책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이들을 단순 노무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이들은 새벽에 출근해도 시간당 만원 남짓한 급여를 받는다.


최근 항공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공항별 처리 인원도 덩달아 늘어 이들의 근무 여건은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밥도 제때 챙겨먹지 못하는 건 예삿일이고, 화장실에도 못가 방광염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다.


그런 가운데 이들의 책임은 막중하기만 하다. 현행 항공보안법에 따라 위해 물품 검색 실패 시 보안 검색 요원들은 고강도 처벌을 면할 길이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들이 열심히 일할 동기 자체가 없어 금방 관두는 사례가 많고, 현장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해 남아있는 이들의 업무 강도만 높아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보안 업무 자회사 '한국공항보안'의 외부 회계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도 인건비 총액은 16억1986만원이었고 당해년도 임직원 수는 2107명으로 집계됐다. 인당 평균 76만8801원인 셈이다. 이런 터무니 없는 수준으로는 공항 시설 보안을 담보할 수 없다.


오늘도 악조건 하에서 최일선에서 묵묵히 공항 안전을 지켜내는 무명의 영웅들에 대한 관심과 인식 제고, 그에 따른 합당한 대우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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