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0일(금)
에너지경제 포토

이현주

zoo1004@ekn.kr

이현주기자 기사모음




디벨로퍼는 ‘옛말’…건설사들 미분양·PF위기에 ‘도급’ 수주 총력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21 14:07

금리 부담과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개발사업 리스크↑

마진 적지만 안정적인 도급사업으로 포트폴리오 선회

건설업계에 유행처럼 번졌던 자체개발 사업 확대 열풍이 사그라들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

▲건설업계에 유행처럼 번졌던 자체 개발사업 확대 열풍이 사그라들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픽사베이

건설업계에 유행처럼 번졌던 자체개발 사업 확대 열풍이 사그라들고 있다. 금리 부담과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개발사업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 영향이다. 건설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와 불경기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자 금융 비용이 많이 드는 개발사업을 지양하는 대신 도급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힘을 싣고 있다.


◇사라진 '디벨로퍼'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디벨로퍼'를 자처해 자체 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설사가 드물다. 디벨로퍼는 개발부지 매입부터 기획, 인허가, 개발, 시공, 분양까지 총괄한다. 리스크는 높지만 개발부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단순 도급사업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을 올릴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부동산 호황기 때 건설사들은 직접 우량 부지를 매입하거나 시행법인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형태로 개발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실제로 2021년을 전후로 해서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주요 대형건설사들이 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에 회원사로 가입하며 디벨로퍼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들어 대형건설사들은 자체 개발사업 비중을 대폭 낮추고 있다. 예컨대 DL이앤씨는 지난 2021년 15% 수준인 주택사업 내 디벨로퍼 수주 비중을 2023년까지 3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정작 지난해 자체사업 비중은 11% 수준으로 오히려 낮아졌다. 되레 DL이앤씨는 올해 신년 조직개편을 통해 디벨로퍼 사업실을 수주관리실로 재정비했다. 디벨로퍼팀을 민간사업팀으로 명칭도 바꿨다. 서울 성수동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크로서울포레스트가 DL이앤씨의 대표적인 개발사업이지만 최근에는 가시적인 사업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최근 PF나 금융시장 쪽이 힘든 상황이라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역시 최근 몇년새 인천 송도 역세권 개발사업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자체 개발사업 성과가 없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부동산 PF시장 침체로 여건이 녹록치는 않은 상황이지만, 우량한 사업을 발굴하고 선별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설사들은 건설경기가 악화되자 자체개발에 필요한 토지(용지) 관련 투자도 줄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건설사들의 용지규모는 △현대건설 3840억원(전년대비 감소율 -28.2%) △대우건설 1조328억원(-18.9%) △GS건설 3542억원(-11.0%) △DL이앤씨 8054억원(-3.63%) △롯데건설 1285억원(-11.4%) 등으로 줄었다.




◇'안정적'인 도급 수주 총력전

대신 주요 건설사들은 현재 안정적인 도급사업에만 제한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 조달과 분양 책임을 시행사 측이 맡기 때문에 마진이 크지 않더라도 위험부담이 적다. 실제로 주요 건설사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목표액을 상향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목표액을 작년 실적 4조6122억원보다 소폭 증가한 5조원으로 설정했다. GS건설은 올해 정비사업 수주목표를 작년 수주실적의 2배 이상인 3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체사업은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모든 손해를 안아야 한다"며 “미분양 위험이 높은 현재 분위기에선 도급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건설사들이 개발사업을 지양하고 도급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꾸리는 이러한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건설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선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싶을 것"이라며 “이러한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