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SK하이닉스는 제76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연결 기준 매출은 32조8000억원, 영업손실은 7조7000억원, 당기순손실은 9조1000억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적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른 글로벌 IT 수요 감소로 메모리 시장은 유례없는 불황을 겪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어려운 시장 여건에도 불구하고 작년 판매량은 D램과 낸드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인공지능(AI)향 메모리 수요 대응과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매분기 적자를 줄여 나갔고, 4분기에는 메모리 업계 최초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023년은 HBM과 DDR5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AI 메모리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한 해"였다며 “지난해 HBM3 매출액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성장하며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고, DDR5도 수요 확대에 적기 대응하며 매출액이 전년 대비 4배 이상 성장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사업 성과를 위해 10년 이상 노력했고, 메모리가 직면하게 될 대역폭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TSV 기반 적층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했다.
장비와 소재 등 비즈니스 파트너와 협력을 통해 MR-MUF 공법을 개발했고 이는 경쟁사보다 우수한 방열 특성을 보이며 HBM 사업 성과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HBM 성공의 이면에는 설계·소자·공정·패키징의 우수한 기술력과 원 팀으로의 노력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2022년 SK하이닉스는 238단 낸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이듬해 5월 양산에 돌입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세계 최초로 321단 낸드 샘플을 공개해 업계 최고의 기술력을 입증했다. 솔루션 분야에서는 차세대 PCIe 기반 초고속 제품인 16ch eSSD를 서버 고객들 대상으로 공급을 시작했고, 자체 IP 기반 업계 최고 성능의 UFS 4.0 개발을 완료했다.
또 수요가 감소한 128단 낸드 감산 등으로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서버향 DDR5·LPDDR5X D램 등 고부가 제품 비중 증가를 통해 매출·생산·재고를 최적화 했다. 또한 의사 결정 단계부터 경제성을 분석하는 프로세스를 강화했고, 상시 투자·비용 관리 지표 점검을 통해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 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대 중국 반도체 규제 동향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전사 TF를 조직해 대처했고, 지난해 각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우시 실리콘 제조 지설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를 확보했다. 이에 중국 내 자사 주요 기술 양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됐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급망의 잠재적 불안 요소들을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해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올해 메모리 시장은 깊은 불황을 지나 수요 개선과 공급의 안정화를 통해 시장 회복기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소비 심리 회복으로 IT 수요가 정상화 될 것으로 보이고, AI향 메모리 수요가 큰 폭으로 성장하고, PC·모바일 분야에서는 온 디바이스 AI 등장에 따른 차세대 디바이스에 대한 교체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업계 투자 축소와 감산으로 공급사 재고는 올해 안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고객사 재고도 안정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챗GPT로 촉발된 AI 서비스 경쟁은 최근 영상 제작까지 확장되고 있고, AI 서비스가 멀티 모달로 진화할수록 이를 구현하기 위한 메모리 용량은 큰 폭으로 확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 어느때보다 빠른 기술의 발전 속에서 컴퓨팅 요구 사항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HB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고객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기존 MR-MUF 기술보다 방열 특성이 10% 개선된 어드밴스드 MR-MUF를 통해 12단 HBM3를 개발했고, 현존 D램 최고 성능이 구현된 HBM3E는 이달부터 제품 공급이 이뤄진다.
SK하이닉스는 5.6Gbps 256GB의 고용량 DDR5 제품을 업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고, 앞으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업계 리더십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AI 서버 확대에 따라 고성능 eSSD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16ch Gen5와 초고용량 eSSD 등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AI용 스토리지 시장을 선도하겠다고도 했다.
세계 최초로 DDR5를 개발한 SK하이닉스는 시장을 선점했고, 올해 세대 교체가 본격화 되는 가운데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DDR5 시장에서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업계 최고속 제품인 LPDDR5 터보를 기반으로 모바일 시장과 함께 오토모티브 시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그래픽 제품에서는 고객과 협업을 기반으로 GDDR7을 적기 공급한다는 복안이다.
낸드 기술 개발을 통해 업계 최고 원가·제품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모든 응용 분야에서 솔루션 역량을 내재화 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낸드 시장 성장 지연으로 재무 성과에 아쉬움이 있어 당사는 기존 점유율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자 한다"며 “재무 여력과 투자 수익성을 고려해 낸드 투자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한편, 낸드와 솔루션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솔리다임 출범 후 시황 악화로 실적이 부진했으나, 최근 빅 테크 기업 중심으로 솔리다임 eSSD 구매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실적 개선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솔리다임이 보유한 eSSD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도, 고용량 스토리지 제품 경쟁력과 SK하이닉스의 낸드와 시스템 온 칩 기반 제품 개발과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2023년도 매출액 기준으로 자본 지출 규율을 수립하고 준수해 재무 건전성을 제고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를 위해 고수익 제품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신규 제품은 적기 개발하되 시장 상황에 맞춘 양산 규모 조정을 통해 수익성과 투자 효율성을 높여 가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AI 시대에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메모리 기술 혁신이 요구 된다. 이 같은 미래 시장에 맞춰 SK하이닉스는 다양한 고객 요구와 기술 변곡점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차세대 HBM4와 고용량에 적합한 CXL D램, AI 추론에 특화된 PiM 제품이 그 예시다.
올해에는 주요국 선거가 연달아 진행되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반도체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확고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시대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 환경 극복 경험을 바탕으로 사이클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경쟁력을 보유한 회사, 내실 있는 회사를 만들어 가겠다"며 “올해는 이러한 꿈과 목표를 향한 여정의 첫번째 해가 될 것으로, 주주 여러분의 성원을 바란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