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조작 혐의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앞둔 카카오모빌리티가 류긍선 대표의 연임을 결정했다. 회사 측은 당면한 과제를 연속성 있게 풀어나가기 위한 결정이라는 취지지만, 그룹 차원의 경영 쇄신 의지를 두고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잡음은 여전하다.
27일 카카오모빌리티는 제7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3개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날 연임안이 가결되면서 류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를 1년 더 이끌게 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류 대표 재임 기간인 지난 2019년부터 크고 작은 논란에 시달려온 데다 현재는 카카오그룹 전체가 사법리스크라는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황으로, 이 같은 결정은 많은 의문을 낳고 있다.
먼저 류 대표 연임으로 금융당국과 정면 대치는 불가피하게 됐다. '콜 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인한 택시업계와의 상생안 마련 논의도 아직 진행형이다.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 해결 등 사업적인 문제도 산적해 있다.
회사 측은 류 대표의 연임 배경으로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회사의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와 산업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미래 모빌리티 기술 투자, 글로벌 진출을 위해 힘써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출 회계방식은 순액법으로 변경하면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앞서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총액법 적용을 의도적인 매출 부풀리기로 봤다. 금감원은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와의 계약이 분식회계에 해당한다며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약 9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과 함께 류 대표에 대한 해임을 권고했다.
해임 권고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최종 제재를 앞두고 회계방식을 변경하는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2020년에서 2022년까지 직전 3개년에 대한 재무제표에도 순액법을 적용해 정정 공시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의 2020년~2022년 연간 매출도 30% 이상 감소했다.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던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난해 매출 역시 6000억원대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유권해석 기관인 금융감독원의 판단과 지침을 존중하고 회계 정보 이용자들의 혼선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순액법을 적용했다"고 부연했다.
외형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기업공개(IPO) 절차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매출 규모가 작아진 만큼 기업가치 판단에도 악영향은 불가피하다.
이미 금감원은 최고 제재 수위를 사전 통보했으나 최종 징계 수위는 내달 진행될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의결로 판가름 날 예정이다.
류 대표는 “회사를 둘러싼 여러 우려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경영쇄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상생 경영 체계를 마련하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와 대리운전 기사들의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대리운전 기사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