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전세사기와 관련해 '처벌 강화'과 '피해자 구호'에 각각 방점을 찍은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야, 특별법 개정안 '선 구제 후 회수' 추진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총선 공약집을 펴내 전세사기 대책과 관련한 공약을 제시했다. 피해자 구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사회초년생 등 전세사기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드리겠습니다'는 슬로건이다.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간주하고 선보상 방식의 피해자 일상회복 추진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금반환채권 매입 등 책임 강화 △ 피해자 중심의 종합구제대책 입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을 확대하는 한편 피해자 참여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신탁사기피해 주택에도 주택 인도소송 유예 및 중지, 공공매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다가구주택 피해자들의 공공매입을 확대하는 한편 전세사기로 인한 파산 또는 개인회생신청 등에서 금융거래 불이익을 방지하도록 해주자는 제안도 내놨다. 이어 우선 변제금 적용 대상인 소액임차인 기준 확대, 지자체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관리감독 강화, 전세사기 피해 주택 소유를 위한 협동조합 설립 시 지자체 지원 근거 마련 등도 약속했다.
민주당은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선 구제 후 회수'(선구제 후구상권 청구)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선 구제 후 회수'는 피해자의 보증금을 빠르게 반환하고 나중에 회수하는 방식이다.
앞서 지난해 6월부터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이 통과됐고, 피해자들은 금융지원과 함께 경·공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받게 됐다. 민주당은 이같은 특별법이 실질적으로 피해자 모두를 구제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개정을 통해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 2월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선 구제 후 회수' 등을 포함한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바 있다.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 임차인을 우선 구제하고, HUG 등이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어 쉽게 통과되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민주당의 '선구제 후구상권 청구' 주장이 관철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 개정안, 혈세로 악성임대인 돕는 꼴
국민의힘은 최근 펴낸 22대 총선 공약집에 전세사기와 관련한 내용을 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특별법만으로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세웠으므로 잘 집행하면 된다며 야당의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특별법 개정안으로 인해 상당액의 혈세가 회수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악성임대인 채무를 세금으로 대신 갚이주는 꼴이 된다는 입장이다.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받은 이들이 약 1만3000명 정도로, 평균 보증금 1~2억원인 점을 계산하면 최소 1조2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이 드는 등 국고가 낭비된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의힘 소속 일부 후보는 전세사기범의 형량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당 차원에서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보다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3법을 손질해 전세사기에 악용되는 부분을 잡겠다다는 입장을 알려져 있다.
한편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야당의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피해자로 인정받기도 힘들지만, 인정을 받더라도 다가구주택 피해자 등은 전세대출 빚을 빚으로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는 등 제대로 구제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호소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구제라는 것이 사실 최우선변제금을 못 받는 후순위 피해자들로 한정해 보증금의 약 30%를 지원해준다는 취지인데 '구제'라는 인식이 강해 보증금 전액을 보상해준다는 국민적 오해가 있다"며 “선순위 피해자는 경공매 절차를 통해 보증금 상당 금액을 회수할 수 있어 세금이 온전하게 투입되는 것이 아닌 만큼 조속한 특별법 개정안 통과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