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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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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에너지+] 행복하여라! 가난한 자들을 위한 의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07 13:55

가장 어려운 곳에서 아픈 사람들과 함께한

요셉의원 설립자 선우경식 원장 전기 출간


의사 선우경식


서울 영등포의 화려한 쇼핑몰 거리 옆의 쪽방촌 입구, 그곳에는 가난한 환자들에게 모든 것이 무료인 병원 요셉의원이 있다. 요셉의원은 특히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2003년부터 월급을 자동이체해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이 만들어지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쪽방촌의 성자'로 불리는 선우경식 원장(1945~2008)이다. 그는 미국 대형병원의 전문의, 한국의 의대 교수 자리를 모두 버리고 평생을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봉사했다. 의사 면허를 받은 이후부터 의사라는 직업의 소명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 소명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가장 어려운 곳에서 아픈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 우리의 성자, 선우 원장의 의술과 인술, 삶과 영성, 내면세계를 담아낸 <쪽방촌의 성자, 요셉의원 설립자 의사 선우경식>(위즈덤하우스)가 발간됐다.


이 책은 전기 문학으로 유명한 이충렬 작가가 수천 페이지에 이르는 각종 자료를 검토하고,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해 써낸 의사 선우경식의 공식전기이자 유일한 전기다. 요셉나눔재단법인 요셉의원에서는 그의 선종 16주기를 맞아, 이달 16일 서울 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추모 미사와 함께 출판 기념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선우 원장이 평생을 일한 요셉의원은 노숙자, 행려자처럼 가난하면서도 의료보험 제도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무료진료 병원이다. 그는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후 병원에서 일하며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돌려보내야 하는 냉혹한 현실을 직접 접하게 된다. 이에 실망하고 가난한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거부가 없던 미국으로 건너가 전문의로 일하기도 했지만, 돈 잘 버는 미국 의사로 사는 삶을 거부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귀국 후 성프란치스코의원과 신림동 사랑의 집에서의 의료 봉사를 통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게 된다. '가난한 환자들을 친구처럼 사랑하면서 그들의 이웃이 되는 의사'의 길을 찾은 것이다. 이를 위해 가난한 지역 주민들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조합을 만들어 병원을 설립하기로 한다.


생전의 서우경식 원장의 진료 장면

▲평생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의술과 인술을 실천한 선우경식 원장이 진료를 하고 있는 장면. 사진=요셉의원

병원 설립에는 막대한 재원이 들었고, 선우경식은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도움을 청한다. 김 추기경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부설기관이 되도록 도왔고, 모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많은 어려움 끝에 설립된 요셉의원은 신림동을 거쳐 지금의 영등포로 이전하면서 가난한 환자들을 위한 무료병원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무료병원이었기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운영할 수 있나? 세 달 이상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을 듣기도 했으나 선우 원장은 이런 어려움을 굳은 의지와 신앙으로 극복하고 모범적인 무료병원의 토대를 만들었다.


그러나, 무료병원이기에 노숙자나 행려자,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많았다. 치료가 잘 되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다시 술에 취해 병원으로 올 때면 회의가 들고 힘들고 괴로웠다. 그때마다 '의사에게 의술보다 더 중요하고 필요한 덕목은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 환자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라며 자신을 추슬렀다. 오히려 더 힘든 건 병원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후원회를 조직하고 자선음악회를 여는 등의 방안을 통해 어려움을 돌파해 나간다.


평생 무료진료를 해온 선우 원장은 급성 뇌경색과 위암으로 고통받으면서 마지막까지 환자들을 위해 노력하다 지난 2008년 63세의 나이로 선종하였다. 이러한 그의 공로를 인정해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요섭의원을 2016년 제28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해 상금으로 3억원을 수여했다.


이 책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의사'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의 일생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책의 인세는 전액 요셉나눔재단법인 요셉의원에 기부된다.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는 “선우 원장님은 생전에 '나는 원하는 대로 봉사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풍요롭게 살았다'고 말씀하시곤 했다"면서 “그리고 그 말씀 그대로, 세상 사람들에겐 어리석게 보였을지 몰라도 가장 행복한 삶을 사신 분"이라고 추천사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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