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이 부도 위험을 숨기고 회사채를 무리하게 발행해 1조원대의 투자 피해를 초래한 '동양 사태'가 10년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 2014년부터 투자자 1000여명은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을 상대로 1130억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집단소송을 해왔다. 하지만 소송이 10년째 장기화되면서 비용 부담 등의 한계에 부딪혔고 결국 상고장 각하로 소송 종결을 맞았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은 전날 '증권 관련 집단소송에 대한 판결'을 공시했다. 옛 동양그룹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입은 이들이 유안타증권을 상대로 1100억원대 집단소송을 했으나 상고장이 각하됐다.
서울고법 제12-3민사부는 투자자 1246명이 유안타증권을 상대로 약 1130억원을 배상하라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에 대해 상고 각하를 판결했다. 상고장 각하 이유는 인지보정명령 불이행이다. 인지대(법원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등 소송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사건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양그룹은 동양생명, 동양증권 등 금융 계열사는 물론 동양시멘트 등 비금융 계열사까지 운영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이에 동양그룹은 동양증권을 앞세워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투자자들은 동양그룹을 믿고 채권을 매입했다.
그러나 당시 동양그룹은 유동성 악화에 따른 부도 위험을 인지하고도 투자자들에게 무리하게 회사채를 팔면서 계열사간 자금 돌려막기에 이용했다. 회사가 망해가는 상황에서도 투자자들로부터 회사채 투자를 받아 피해를 양산한 것이다.
이후 동양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줄줄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동양그룹은 자본잠식에 있던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 등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동양은 유진그룹에, 동양시멘트는 삼표그룹으로 인수됐으며 동양증권도 유안타증권아시아금융서비스에 인수되면서 유안타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동양그룹의 기업어음 불완전 판매로 4만여명의 투자자들은 1조3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피해를 겪어야 했다. 투자자들은 지난 2014년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증권신고서에 동양의 계열사 지원 사실 등이 거짓으로 기재되거나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은 증권 거래 과정에서 생긴 집단적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로 피해자인 원고가 이기면 소송을 내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도 구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심과 2심을 모두 기각했다. 1심은 “투자 판단이나 의사결정에 중요하게 고려할 만한 중요한 사항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2심도 “이 사건 증권신고서 등에 중요사항의 거짓기재 또는 기재누락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판결에 불복해 지난 1월 상고를 제기하는 등 소송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16일 인지보정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상고장이 각하되면서 10년간의 법정공방이 종결된 것이다.
한편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동양사태와 관련해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 받고 2021년 만기 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