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던 '아워홈 남매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되살아나면서 아워홈이 '오너가(家) 리스크'에 덜미를 잡힐 전망이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아워홈 이사회는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열린 비공개 주주총회 결과, 구지은 부회장 등 사내이사 10명의 재선임 안건을 부결했다.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씨 반대로 재선임 안건이 과반수 표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에 신규 사내이사로 거부권을 행사한 구미현씨와 남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가 선임됐다.
재선임에 실패한 구지은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오는 6월 만료된다.
아워홈은 구씨 일가 4남매가 지분 98%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구본성 전 부회장 지분 38.56%를 비롯해 장녀 구미현 19.28%, 차녀 구명진 19.60%, 막내 구지은 부회장 20.67%를 나눠져 있는 상태다.
8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아워홈 구씨 집안의 경영권 분쟁은 들쑥날쑥한 흐름을 나타냈다.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구미현 씨의 입장 번복이 되풀이되면서다.
구미현 씨는 이른바 '1차 남매의 난'이 벌어졌던 2017년 전문경영인 선임과 관련해 구본성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2021년에는 이사 임기 만료까지 세 자매의 의결권을 통일하는 협약을 맺고, 구본성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안을 통과시키면서 막내 여동생(구지은 부회장)이 승기를 잡도록 도왔다.
그럼에도, 지난해 구지은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내세워 무배당 결정을 내리면서 수백억 원대 배당금을 받지 못한 구미현 씨가 다시 장남(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잡고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은 일단 구지은 부회장의 임기 만료인 오는 6월 이전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자본금 10억원 이상의 회사는 사내이사를 최소 3명을 둬야 하고, 이를 통해 조성된 이사회 의결로 대표이사를 선임하도록 돼 있다. 직전 주총에선 2명밖에 확정하지 못한 탓에 사내이사 1명을 추가로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반전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녀 구미현 씨의 지분매각 의사가 큰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적절한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는 타협안, 또는 사모펀드 등 우호세력을 앞세우는 대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가 지분 동반매각을 다시 추진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장악 뒤 경영 경험이 없는 구미현씨 부부 대신 전문경영인을 도입해 경영권 매각에 나설 것이란 시나리오다.
그러나, 오너리스크 불씨가 재점화되면서 아워홈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새어나오고 있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린 기세도 한풀 꺾일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특히, 올해는 2022년부터 구지은 부회장이 줄곧 강조해 온 '연매출 2조원 달성'을 코 앞에 둔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인 셈이다.
지난해 아워홈 매출은 전년보다 8% 가량 늘어난 1조9835억원, 영업이익은 약 76% 오른 943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2020년 1조원 중반대까지 매출이 떨어졌으나,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1조8791억원)을 웃돌 만큼 실적 회복에 성공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견조한 실적을 낸 상황에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해 회사 입장에선 유감"이라며 “앞으로의 임시주총 결과가 관건이다. 개회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임기 만료인 6월 전에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