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티어 도약'을 준비하는 KT&G가 9년 만에 사장 교체를 계기로 경영 쇄신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20년 이상 내부 출신 수장 선임을 이어온 탓에 외부의 비판과 견제의 강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 경영쇄신의 진정성과 지속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실제로 견제세력을 뚫고 어렵게 사령탑에 오른 신임 방경만 사장 앞에는 지배구조 투명성과 주주환원책, 실적 개선 등 당면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T&G 정기주주총회에서 방 사장이 견제세력의 압박에도 새 대표이사로 선임돼 KT&G 승리로 일단락됐다.
그럼에도 방경만 혁신경영 앞에는 내부 걸림돌이 놓여 있다. 방 사장 선임에 반대 의사를 드러낸 일부 소액주주와 최대주주 기업은행이 지지한 '손동환 성균관대 교수 사외이사 선임'이 주총에서 통과된 것이다. 이는 18년 만에 외부추천 인사가 KT&G 이사회에 진입하는 것으로, 손동환 교수를 중심으로 반대파의 경영진 감시와 간섭 수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KT&G는 2002년 민영화 이후 20년 이상 내부 출신 수장이 이끌어 온 탓에 이사회 지배구조 체계가 무너졌다는 비판을 제기한 견제세력의 목소리가 만만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KT&G는 꾸준한 지배구조 고도화로 모범사례를 구축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기주총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등을 위한 정관 변경안도 의결된 상태다. 사내이사 추천·해임 권의권을 사장에서 이사회로 이관하고 감사위원회와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한다는 내용이다.
내부 출신 인사를 사장에 앉히면서도 주주들이 손 교수의 손을 들어준 점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방 사장을 필두로 KT&G는 주주 달래기를 위한 신(新)주주환원 강화에 집중한다. 주당 배당금의 우상향 추진과 신규 취득, 기존 보유 자사주 소각 등을 내걸었다.
KT&G는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3개년 동안 1조8000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과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주주환원을 시행한다. 보유 중인 자사주 1000만주도 추가 소각하기로 약속했다. 앞서 2월 KT&G는 보유 중인 자사주 350만주(약 3150억원)도 소각한 상황이다.
이를 위한 선결 과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KT&G 영업이익은 2020년(1조4732억원) 이후 2021년 1조3383억원, 이듬해 1조2676억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도 5조8626억원의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에, 영업이익은 1조1673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줄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에 KT&G는 글로벌 톱 티어 도약이란 중장기 비전과 함께 3대(해외 궐련, 전자담배, 건강기능식품) 핵심사업 위주로 경쟁력을 확보해 수익성 제고로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는 부문은 글로벌 사업 강화이다. 오는 2027년까지 연매출 10조원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아울러 글로벌 매출 비중만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방 사장은 지난달 26일 첫 해외 일정으로 글로벌 생산 거점이 될 인도네시아 2·3공장 착공식에 참석하며 현장 경영을 본격화했다. 오는 2026년부터 가동 예정인 2·3공장은 연간 담배 210억 개비 생산이 가능하다. 기존 1공장을 포함해 연간 350억여개의 개비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KT&G는 전망하고 있다.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도 해외 사업 강화책의 하나다. 아태본부·유라시아본부를 사내 독립 기업(CIC) 체제로 전환하고, 해외 권역별 본부에 부사장급 임원을 배치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KT&G 관계자는 “지난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높은 원부자재 가격 영향에도 3대 핵심사업 영업이익이 2021년 대비 약 20%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어려운 대외 여건에도 생산능력 확대 등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