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간 신축 주택을 매입해 공급하는 '약정 매입임대 사업'에 대해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것보다 비쌀 수 밖에 없다. 입주자로선 상대적으로 임대료도 높아 꺼리게 돼 공실도 많다. 이에 서민 주택 공급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보다 저렴한 기존 주택 매입 임대를 늘리는 한편 신축의 경우 주택 가격 하락세에 맞춰 매입 단가를 낮추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1억 이상 비싼 약정 매입임대, 왜 사주나?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H의 '약정 매입임대 사업'을 둘러 싸고 비용만 많이 들고 공실률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H의 주택 매입·임대는 민간이 지은 신축 주택을 사전 약정을 통해 매입한 후 임대해주는 ' 매입임대 주택', 기존 주택을 사서 빌려주는 '기존주택매입'으로 구분된다.
문제는 약정매입이 기축 매입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민간사업자가 기존 집을 사들여 새로 건축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이 모두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약정매입 주택은 아파트의 경우 가구당 비용이 4억1000만원이지만 기축 매입은 3억1000만원이 들어간다. 오피스텔이나 연립, 다세대, 다가구 주택까지 포함하면 약정 매입이 기축매입보다 최소 2000만원에서 최대 1억2000만원이 더 비싸다.
그런데도 LH는 싼 기존주택매입 보다는 약정 매입임대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썼다. 2021년~2023년까지 3년간 총 10조8000억원의 매입임대 주택 중 약정매입이 80%(8조7000억원)를 차지해 기존주택매입의 4배가 넘었다.
약정 매입임대의 더 큰 문제점은 공공이 자체적으로 건축한 신규 주택의 분양가보다도 더 비싸다는 점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최근 분양한 '위례지구 A-1 12BL'(2021년 8월 입주) 82㎡형은 약 3억4000만원이었는데, LH 서울 약정매입 아파트는 7억3000만원으로 약 3억9000만원나 비쌌다.
◇ 공실 지속 증가에 5년간 1조원 '허공에'
이같은 이미 2022년말 LH가 서울임에도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했던 강북구 '칸타빌수유팰리스'를 비싸게 매입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문제가 된 바 있다. 이에 기축 매입은 감정가가 아닌 '재조달 원가'를 기반으로 해서 가격을 책정하게 돼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LH는 기축매입보다는 신축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책 방향에 따라 약정매입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좋은 입지를 선별할 수 있고, 신혼부부 및 청년, 노인 등 입주자 수요 특성에 맞춰 설계와 시공을 사전에 제시할 수 있기에 고품질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게 LH의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감정가가 아닌 원가로 추진하게 되면 민간사업자들이 참여를 하지 못해 오히려 공급이 더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매입임대사업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약정 매입임대 주택들은 비싼 임대료 때문에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2018년 전국 공실수 1920호, 2019년은 2683호, 2020년은 4596호, 2021년은 4283호, 2022년은 4587호다. 지난해는 5002호로 공실이 5000호를 넘어섰다. 구입 비용 1조621억원 가량이 고스란히 낭비된 셈이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현재 부동산가격 폭등이 끝나고 침체기가 시작되고 있어 매입임대를 과거 고가의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삼으면 안된다"며 “매입가격이 건설원가 이하가 되도록 기준을 세워 LH가 임대차 시장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