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에서 누수와 균열 등 중대하자가 곳곳에서 발견돼 부실공사 논란이 번지고 있다. 특히 1군 브랜드 아파트에서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자 수분양자들 사이에서 대한민국 모든 분양 아파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혹여는 입주 전 사전점검이라는 제도가 오히려 일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 대형브랜드 아파트 사전점검 시, 하자 곳곳 노출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역대급 하자 나온 신축 아파트'라는 제목과 함께 건물 외벽이 휘고 벽면이 뒤틀린 아파트 사진이 부동산 시장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단지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전남 무안군 '힐스테이트 오룡'이다. 수분양자가 하자점검을 진행한 결과 평균 150~200개 이상의 하자가 나타났다. 보통 사전점검 때는 공사 막바지 균열이나 내부 마감재를 급하게 처리하다가 하자가 발견되지만 이 경우는 아파트 구조적인 부분에서 결함이 발견돼 문제가 더 심각하게 번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또 다른 1군 업체 A사가 시공한 경북 경산 한 신축 아파트에서도 사전점검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오물과 낙서, 마감 불량뿐만 아니라 외벽 균열 등의 하자가 발견됐다. 경북 대구에서는 북구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에서 벽지 오염이나 타일 파손, 내부 벽 균열 등 총 6만6411건의 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구에선 달서구 '뉴센트럴 두산위브더제니스', 동구 '동대구역 엘크루 더센트럴' 등지에서도 누수와 벽 휨 현상 등 하자가 발생해 입주민들의 지적을 받았다. .
지나치게 짧은 공기, 일용직 근로자들의 허술한 마무리, 시공사의 책임 의식 결여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실제로 품질점검단 입장으로 현장을 나가보면 공기가 타이트해서 공정 자체가 몰리다 보니 하자관리를 하지 못하는 부분이 상당하다"며 “입주자의 사전점검 의식이 높아진 만큼 건설사도 그에 맞는 리스크를 안고 경영환경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 10년 전 대비 2배 늘어난 하자…하자 보는 시각 높아져
더 심각한 것은 시공사-입주자간 하자 분쟁이 최근 10년새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자는 보통 균열, 누수, 들뜸 및 탈락, 결로, 오염, 파손, 설계도서 상이시공 등을 의미한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2월까지 연평균 4300여건에 달하는 하자 분쟁사건이 처리됐다. 특히 2014년 기준 약 2000여건에 비해 10년간 두 배가 넘게 증가했다.
건설업계에선 건설 경기 불황 속 정부의 신속한 주택공급 기조로 인해 공기가 단촉되면서 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건설사가 최저 입찰로 하도급사를 선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자잿값과 인건비를 절약하다 보니 시공에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입주자들이 전문 대행업체를 고용해 과거와 달리 훨씬 더 꼼꼼히 점검에 나서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일부 입주자들은 배관이나 전선 등 상태를 확인하는 '열화상 카메라'나 수직·수평 여부를 판단하는 '레벨기', 기울기를 측정하는 '수평계', 라돈 측정기 등 전문장비가 동원해 사전 점검에 나선다. 3.3㎡당(평)당 비용은 1만~1만5000원선이다.
하자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A변호사는 “수분양자 입장에선 집값이 너무 비싸다 보니 티끌 하나도 용납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처음부터 하자소송 전문업체를 고용해서 하자를 대응하는 등 권리의식이 과거보다 높아져 하자소송이 전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