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파두 사태로 불거진 '뻥튀기 상장' 논란에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 시장 신뢰도 제고 방안을 내놨다. 앞으로 주관 과정에서 상장에 실패하더라도 증권사들이 자문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무리한 IPO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기업실사 절차를 규정화해 부실실사를 방지하는 등 주관사의 책임성을 제고 대책도 내놨다.
금융감독원은 9일 자본시장연구원, 삼일회계법인, 증권사 6개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IPO 주관업무 제도개선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최근 중요 위험요인 기재누락, 공모가 고평가 등 일련의 논란으로 주관사 역량과 책임성에 대한 시장 신뢰가 크게 실추됐다"며 “주관사는 충분한 자율권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되 금감원은 시장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경우 엄정히 조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파두 사태를 계기로 지난해 12월부터 TF(태스크포스)를 꾸려 개선 방안을 마련해왔다. 파두는 몸값 1조원을 내세우며 IPO 대어로 꼽혔으나 지난해 상장 이후 첫 공개한 매출액이 전년 대비 97% 급감한 것으로 공시되면서 뻥튀기 상장 논란이 일었다.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를 통해 △계약체결 관행 개선 △부실실사 책임 강화 △공모가 적정성 제고 등의 개선방안을 내놨다.
그간 주관사는 상장 실패 시 자문 수수료 등 대가를 전혀 받지 못하는 수수료 구조 때문에 상장 적격성이 낮은 회사에 대해서도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유인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상장에 실패하더라도 계약해지 시점까지의 주관사 업무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관련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하도록 인수업무규정을 개정해 주관사가 업무를 더욱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주관사의 형식적인 기업실사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실사 항목, 방법, 검증 절차 등 준수사항을 규정화한다. 실사 책임자인 주관사 임원이 실사 계획과 진행경과를 확인하고 최종 실사 결과보고서를 검토해 승인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앞서 문제가 된 파두의 경우에도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실사 중 회사의 매출이 1분기 177억원에서 2분기 6000만원으로 급감했지만 이를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공모가 산정 시 과도한 추정치를 사용하거나 부적절한 비교기업을 선정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주관사가 주요 평가요소의 적용기준, 내부 검증절차 등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또 거래소 심사 과정에서 발견되는 중요 투자위험 등 핵심 투자판단정보는 증권신고서 기재가 의무화된다. IPO 주관업무 관련 내부통제 기준에 들어갈 필수 항목도 구체화된다.
금감원은 2분기 중 협회 규정 개정, 3분기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을 통해 제도 개선을 신속히 추진하고 4분기에는 주요 주관사 업무에 대해 실태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IPO 시장의 주요 개선과제로 제기되는 수요예측 제도에 대해서도 하반기 중 개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