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활동이 주주가치 제고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3일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연금의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관련 기업의견' 조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한경협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활동 전반에 대해 응답기업 과반수(57.1%)가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국민연금의 영향력이나 요구사항에 비해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미흡하다(36.5%)'는 답변과 관련 대기업(40.9%)이 중견·중소기업(35.8%)보다 부정적 입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식에 대해 조사기업 대다수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에 의결권을 위탁하거나 중립적인 방식으로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조사기업의 87.2%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에 국민연금 의결권을 위탁(40.4%)하거나 △국민연금이 찬반 의결권만 행사하고 그 외 주주권 행사 활동은 제한(35.9%)하는 게 맞다고 봤다. 또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새도우보팅 방식으로 행사(10.9%)할 것 등을 제안했다. 이와 달리 국민연금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 활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12.8%에 그쳤다.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이 가장 큰 압박을 받는 대상은 '소액주주연대(35.6%)'와 '국민연금(23.3%)', '국내기관투자자(19.3%)' 순이었다. 대기업은 특히 △국민연금(50.0%)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국내기관투자자(21.4%) 및 △소액주주연대(21.4%)의 영향도 컸다. 이와 달리 중견·중소기업은 △소액주주연대(39.0%) △국내기관투자자(18.6%) △국민연금(16.9%) 순으로 나타나,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올해 정기주주총회 개최 시 기업들이 가장 중시하는 안건은 △이사·감사 선임이나 해임(35.5%)이었다. 이어 △재무제표 승인(23.0%) △정관변경 승인(16.4%) △임원 보수한도 승인(12.5%) 등 순이었다.
국민연금 역시 기업 지배구조 개편이나 임원 보수의 적정성 등에 관심이 컸다. 국민연금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업을 상대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사전 정보를 수집한다. 이때 국민연금의 주요 요청사항은 △이사·감사·감사위원·사외이사 후보들에 대한 정보(15.0%) △임원 보수한도 적정성에 대한 자료·설명(10.9%) △배당계획 관련 자료나 중장기 배당정책 수립(4.7%) 등이었다.
기업들은 정족수 부족으로 주주총회가 무산되는 경우를 가장 우려하며,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제도 폐지(35.9%)' 또는 '주총 결의요건 완화(8.3%)' 등의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이외에도 '공정거래법, 상법 등에 산재된 각종 공시사항의 내용·절차 간소화(27.6%)'를 많이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현재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범위가 법·제도적으로 주주대표소송이나 손해배상소송까지 가능할 정도로 기업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며 “국민과 기업의 신뢰를 받는 공적기금으로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투명한 지배구조와 의사결정의 전문성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