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자기자본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유일한 2조원대 증권사였던 대신증권은 올 1분기 추진한 유상증자로 3조원대에 올라섰다. 이로써 10대 증권사를 제외한 중소형 증권사는 2조원대 증권사가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게 됐다. 새롭게 1조원대에 진입한 증권사도 '0곳'이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계 증권사를 제외한 국내 37개 증권사 중 올 1분기 별도 기준 자기자본 상위 10대 대형사의 규모가 모두 3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9곳이 4조원이 넘었으며, 3조원대 증권사는 대신증권(3조1039억원)이 유일했다.
작년 말에는 대신증권이 유일한 2조원대 증권사였지만, 지난 3월 23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통해 3조원대가 됐다. 이로써 대신증권은 금융위원회에 10번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 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충족하게 됐다. 종투사로 지정받으면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가 가능하고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 투자은행(IB) 역량이 크게 강화된다. 현재 대신증권은 종투자 자격 취득 및 자기자본 추가 성장을 위한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단 대신증권의 상황과는 별개로 증권업계 자기자본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우선 대신증권을 제외하고는 3조원대 증권사가 전무하며, 2조원대 증권사도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은 상황이다. 1분기 말 기준 현재 1조원대 증권사는 총 8곳으로 작년과 동일한 수준이다. 중소형사들 사이에서도 의미 있는 자기자본 성장을 이룬 곳이 사실상 없는 것이다.
실제로 1분기 동안 10대 대형사의 총 자기자본이 7755억원 성장할 동안(60조9695억원→61조7450억원), 나머지 27개 증권사는 1377억원 증가(18조7890억원→18조9267억원)하는 데 그쳤다. 절대적인 자기자본 규모 차이도 3.3배에 달한다.
향후 각 증권사의 사업성 격차도 자기자본과 함께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가 여러 사업을 영위하고 자본건전성 및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성장이 중요하다. 자기자본을 키우는 방법은 좋은 실적을 내 이익을 쌓거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것이 대표적인데, 현재 중소형사는 두 방법 모두 녹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유상증자의 경우 아직 중소형사에 마땅한 성장성이 보이지 않는 이상 주식을 인수할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
꾸준한 이익을 내 자기자본에 반영하기도 녹록지 않다.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투자심리가 살아나며 증시 거래대금도 다소 회복했지만, 그 수혜는 대형사에 집중된 경향이 보인다. 1분기 별도 기준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10대 대형사의 순이익 총합계는 1조489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744억원) 대비 8.3% 성장했다. 나머지 27개사의 순이익 합계는 4150억원으로 전년 동기(5220억원) 대비 20.5% 감소했다.
임병태 금융투자협회 부장은 “중소형사가 대형사에 비해 조금 열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 협회 차원에서 자본시장연구원과 같이 이를 개선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해외 중소형 증권사 사례 등을 수집하고 있고 작업이 어느 정도 될 경우 회원사와 공유·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