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이크론의 유상증자 소식에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50억원이 채무상환에 쓰일 예정이지만, 하나마이크론의 부채 규모가 워낙 커 눈에 띄는 개선을 이루지는 못할 전망이다. 최대주주의 유증 참여율도 40%에 불과해 책임경영 의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하나마이크론의 주가는 이번 주 들어 11% 하락해 이날 2만3450원에 마감했다. 지난 20일 하루에만 14%가량 급락해 2만2850원으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고, 2만원대 초반에 거래됐던 작년 8월 주가에 근접한 수준이다.
하나마이크론의 주가 부진 원인은 유상증자 이슈 때문으로 보인다. 하나마이크론은 지난 17일 1125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시행하기로 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 방식이며 발행 신주는 보통주 500만주, 현재 총주식의 9.58%에 해당한다. 신주 발행가액은 2만2500원이며 7월 24일에 확정된다.
보통 재무안정성이 떨어지는 기업이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 방식을 택한다는 점에서 주가 하락을 부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하나마이크론은 작년 한 해 영업이익·순이익이 전년 대비 극히 줄었으며, 올 1분기에도 시장 컨센서스를 한참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하나마이크론이 보유한 부채 규모도 문제다. 하나마이크론은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이 △시설자금 687억원 △운영자금 188억원 △채무상환자금 250억원이라고 밝혔다. 해당 채무상환자금은 오는 11월 29일 만기가 도래하는 10회 무보증사모사채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상환한 이후에도 하나마이크론의 부채비율, 특히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상당하다. 작년 말 기준 하나마이크론의 부채비율은 216.9%로 최근 3년간 증가세를 유지했다. 또한 단기차입금 의존도도 27.7%로 2022년 말 대비 9%포인트나 증가했다.
올 1분기 기준 하나마이크론의 단기차입금 의존도는 26.41%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해당 분기 단기차입금 규모는 3337억원인데, 이번 유상증자 이후에도 단기차입금 의존도는 25.03%로 불과 1.38%포인트 하락에 그친다.
하나마이크론이 이처럼 많은 부채를 떠안게 된 것은 최근 수년간 지속한 시설 투자가 원인이다. 2021년도부터 SK하이닉스와 수주계약을 맺으며 자회사 생산량 증대를 위한 대규모 차입을 진행한 것이다. 이 영향으로 하나마이크론 자회사 하나머티리얼즈 차입금은 2021년 1595억원에서 2023년 2417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작년 베트남 법인 공장을 설립해 480억원 규모 전환사채 등 단기차입을 늘린 것도 한몫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도 대부분 시설 확대 및 원재료 구입에 투입해 당분간 하나마이크론의 재무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실적이 성장해 순조롭게 부채를 없애면 좋겠지만, 최근 3년간 하나마이크론의 매출총이익률이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여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조한 최대주주의 유증 참여율도 불만을 사고 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최창호 하나마이크론 회장 및 특수관계인(지분 27.29%)의 유상증자 참여율은 40%로, 총 배정수량 135만4401주 중 54만2642주에 대해서만 참여한다.
하나마이크론은 이미 2021년 12월에도 총 1452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적이 있다. 올 2월에도 최대주주는 81억원 규모 12회차 전환사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했는데, 그 취득가액은 현 주가의 절반 수준인 1만898원에 불과했다. 현재의 재무상태를 만든 책임자인 최대주주는 낮은 가격에 회사 주식을 매입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희생을 강요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