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심사 승인이 결정된 후에도 이더리움은 500만원대 초반 시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실제 상장이 이뤄지려면 증권신고서에 해당하는 'S-1' 승인 단계가 남아 있어서다. 과거 사례로 볼 때 이더리움 ETF의 S-1 승인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나, 현 미국 정치 상황상 예상보다 빨리 승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이더리움 시세는 500만원대 초반에 거래 중이다. 지난 20일 미국에서의 이더리움 현물 ETF 심사 승인 기대감이 몰리며 20%대 급등한 후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이더리움이 상승세를 계속되지 않는 것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기대감 대로 지난 2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를 전격 승인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시세는 큰 변동이 없어서다.
이는 이더리움 현물 ETF가 실제 거래되기까지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승인된 것은 이더리움에 대한 '19B-4' 신청서, 한국식으로 치면 'ETF 상장 심사요청서'에 해당한다. 상장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제출한 요청서를 미국 SEC가 수락했다는 의미다.
이더리움 현물 ETF가 실제로 거래되려면 각 거래소 심사 후 S-1 보고서를 한 번 더 승인받아야 한다. ETF 발행사가 제출하는 증권보고서다. 상장사·투자상품의 정보를 담은 서류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투자하기 적절한 곳인지를, SEC에는 상장 근거를 제시한다.
이더리움 현물 ETF가 S-1 승인을 받기까지는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SEC는 가상자산 관련 상품이 아닌 일반적인 ETF에 대해서도 S-1 보고서를 검토하는데 약 3개월의 시간을 소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서는 5~9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F의 성공 사례가 있는 이상 이더리움 현물 ETF S-1 신청이 거절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빨라야 올 하반기~내년 상반기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있고, 19B-4 승인이라는 호재는 지난 20일 급등으로 선반영된 만큼 이 이상 이더리움 시세가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 예상보다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의견은 있다. 바로 미국 내 정치적 환경 때문이다.
SEC 내 주요 인사는 가상자산 분야에 비판적인 미국 민주당 관련 인사들로 알려졌다. 그런데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현재 민주당 진영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지지율이 거의 비등한 것으로 나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현 지지율이 30%대로 낮아 지지율 반등 카드가 필요하며, 그중 하나가 이더리움 현물 ETF라는 의견이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 가상자산 스탠스를 강조하며 지지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실제로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해 줄곧 언급을 회피해 왔던 SEC는 이번 19B-4 승인 직전 각 거래소와 활발히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에는 그간 가상자산업계에 큰 부담이 된 SEC의 '가상자산 수탁의무 회계지침(SAB 121)' 무효화 안건이 미국 하원·상원을 연달아 통과하기도 했다. 친 가상자산 법안인 '21세기 금융혁신법'도 최근 큰 표차로 하원을 통과했고,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던 백악관 측도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현재 미국 내 정치적 상황과 겐슬러 의장의 입지를 고려할 때 이더리움 현물 ETF는 머지않아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상자산 관련 이슈와 법안들은 2024년 미국 대선에 강력한 영향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재선에 임하는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