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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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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그룹, 2세 임동연 경영 직후 12년만에 적자… 이자 폭탄 ‘현실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27 13:51

-2세 경영 첫해 바로 적자 ‘상장 이후 2번째’…신용등급 ‘BB+/부정적’ 하락

-97년생 임동연 대표, 입사 3년만 대표… 경영 능력 ‘물음표’에서 ‘우려’로

-신평사선 “유의미한 영업현금 창출 어려워… 과중한 재무 부담 지속 전망”


가온그룹

▲가온그룹 ci

디지털 셋톱박스 전문 기업 가온그룹이 2세 경영을 시작한 첫해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대규모 적자를 낸 '2세 경영'을 보는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은 물음표에서 우려의 시선으로 바뀌고 있다. 신용평가사는 투기등급으로 내려간 신용등급을 재차 내릴 가능성도 시사했다.


지난 21일 한국기업평가는 가온그룹의 신용등급을 'BB+/안정적'에서 'BB+/부정적'으로 평가하며, 등급전망을 한 단계 낮췄다. 투자등급으로의 회복보다 BB+ 등급을 사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가온그룹은 지난해 'BB+/안정적'으로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락하며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전락한 바 있다.


이번 등급전망 하향은 실적 부진이 결정적이다. 가온그룹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5364억원과 영업손실 1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고, 영업이익에서 적자 전환 됐다.


가온그룹은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이었다. 적자는 거의 없었다. 코스닥 입성 이후 가온그룹은 2011년 1차례만 적자를 냈고 언제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지난해 적자가 일시적으로 보기도 어렵다. 올해에도 반등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164억원과 영업손실 6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흐름이 이어졌다.




하현수 한기평 연구원은 “외형이 크게 축소된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고, 재고자산의 대규모 평가손실을 인식하다 보니 매출원가율이 급증했다"면서 “올 1분기에도 원가 및 판관비 부담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대 어린나이에 CEO+최대주주 오른 임동연 대표

임동연 대표는 97년 생으로 가온그룹(구 가온미디어)에 입사한 이후 3년 만에 가온미디어의 경영권과 지배력을 확보했다. 그는 2021년 가온미디어 경영지원본부 부장으로 입사했다. 그리고 입사 1년 만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해 1월 3일 임 대표는 아버지인 임화섭 회장으로부터 그의 지분 대부분(231만515주)을 증여받으며 코스닥 상장사의 최대주주로 빠르게 등극했다.


이 같은 고속 승진의 배경에는 가업 승계를 위한 증여세 과세특례가 고려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 보니 임 대표는 어린 나이에 100억원 이상을 증여 받았지만 주식담보대출 관련 공시가 없다. 연부연납을 위한 납세담보로 설정만 있을 뿐이다. 아울러 증여 과정에서 '증여계약 합의 해제 후 재증여'와 같은 절세 테크닉도 나타났다.


합법적인 절세 방식이긴 하지만, 만약 재벌이 했다면 사회적 질타를 피하긴 어려운 방법이다. 대표적인 예가 CJ그룹이다. 코로나19 당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그의 자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과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추진실장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합의 해제 후 재증여를 했는데, 이로 인해 당시 CJ그룹은 여론의 상당한 질타를 받았다.


◇오르는 이자와 치솟는 재무 부담

올해 가온그룹은 4회와 5회 차 사모사채를 지난 1월과 3월에 각각 30억원씩 발행했는데 액면이자율이 8%와 7.6%에 달했다.


작년, 재작년과 비교할 때 이자 부담은 상당히 커졌다. 지난해 100억원의 1회차 사모사채를 발행할 당시 이자율은 5.77%였다. 2022년 P-CBO 형태로 발행했을 당시 3차례(13차~15차)의 사모사채 이자율은 4.19%~6.16%로 크게 낮았다. 물론 P-CBO이기에 직접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발행금액이 3분의 1로 줄었음에도 이자율 차이가 최대 381 Bp까지 났다는 점에서 재무 부담이 확연히 커졌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앞으로 이자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총차입금 대비 단기성차입금 비중이 76.2%에 달하다 보니 차환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업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올 1분기 상각 전 영업이익(EBTIDA)은 46억원 손실이다. 아울러 업종 특성상 운전자본투자 및 자본적지출이 불가피하기에 1분기에만 149억원의 잉여현금흐름(FCF)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 연구원은 “단기상환부담은 높은 편이고, 예상되는 영업현금 창출력 등을 고려할 때 단기성 차입금을 포함한 연간 자금소요에 대응하는데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해외거래처 중심의 장기화된 매출채권 결제기일로 운전자본 부담 높은 수준이고, 교섭력은 전후방사업자 대비 열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단기·중기 사이의 기간 동안 재무 부담은 높은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고, 잉여현금 창출 제약되며 당분간 과중한 재무 부담 이어질 것"이라면서 “네트워크 부문 역시 비우호적인 매크로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전방시장 회복을 통한 외형 개선에는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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