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를 꿈꿨던 노브메타파마의 4수 도전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공식적인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장 심사 기준이 엄격해진 상황에서 노브메타파마의 불안정한 재무구조가 발목을 잡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노브메타파마 측은 주주서한을 통해 다시금 이전상장 도전 의지를 밝혔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포털을 보면 SK증권제8호스팩과 노브메타파마 간 합병결정 철회 사실이 전날 공시됐다. 작년 7월 스팩 합병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약 10개월의 오랜 기다림 끝에 결국 고배를 마신 것이다.
노브메타파마의 코스닥 입성 시도는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2015년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후 2018년부터 오랜 기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해 왔다. 2018년 4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것이 첫 시도였으나, 이듬해 초 스스로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며 무산됐다.
이윽고 2019년 9월 다시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내며 2020년 2월 본격적인 IPO 일정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증시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폭락 사태를 겪고 있어, 정당한 몸값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노브메타파마가 다시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2020년 하반기에도 재차 도전했지만 역시 좌절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노브메타파마의 스팩 합병 실패가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노브메타파마의 재무 불안정성 때문이다.
노브메타파마는 지난 2021년 매출 7448만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그마저도 줄어든 3148만원, 2023년에는 1385만원에 그쳤다. 한 회사가 1년 동안 직원 1명의 연봉조차 벌어들이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건강기능식품인 '프로지골드' 판매 실적으로 간신히 매출 '0원'을 면했을 뿐이다.
그러는 동안 연구개발비 지출은 계속되며 손실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2021년~2023년 동안 노브메타파마의 영업손실은 69억원, 75억원, 78억원으로 확대됐다. 2022년 노브메타파마의 자본총계는 -4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는 2023년 두 차례의 유상증자, 수 차례의 전환사채 보통주 전환 청구로 극복했지만 작년 말 기준 자본금 55억원, 자본총계 56억원으로 여전히 자본잠식 위기는 잔존한다. 결손금 규모는 710억원에 달한다.
이미 금융당국 측은 작년 '파두 사태' 이후로 심사 기준을 강화해 갈수록 스팩합병 상장사라 할지라도 일정 규모의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 고평가 및 실적 뻥튀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함이다. 이미 올해만 7건의 스팩합병 취소가 발생했으며, 특히 이달에는 노브메타파마 외에도 루리텍·케이에스인텍의 합병상장이 좌절됐다.
현재 노브메타파마의 개발 중인 신약들은 10종이 넘지만 3상을 마친 품목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이와 비슷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스닥에 여럿 기술특례상장됐는데, 오랜 기간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자금조달로 주가만 희석되는 상황이 많아 비판이 많은 상황이다.
노브메타파마의 시가총액도 빈번한 자금조달에 의한 주가 희석, 연이은 상장 좌절로 처참한 상태다. 한때 노브메타파마는 시가총액 7000억원을 상회하며 코넥스 1위를 차지했으나, 오랜만에 주식 매매가 재개된 이날 기준 현재는 967억원에 불과하다. 이번 합병상장 당시 제시된 예상 시가총액이 1800억원대였으니 몸값 고평가 논란이 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합병상장을 미승인된 사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한국거래소, SK제8호스팩, 노브메타파마 측이 모두 기업 비밀 보호를 들어 자세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서다.
노브메타파마 측은 전날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지를 통해 “상장위원회 진행 이후 한국거래소와의 이견 차이를 줄이기 위해 최종 시장위원회까지 진행했음에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향후 보다 나은 모습을 통하여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재상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