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열어 미국이 주도한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을 지지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이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일 오후(현지시간) 안보리 회의는 6월 의장국인 한국의 황준국 주유엔 대사 주재로 열려 해당 결의안을 가결했ㄷ.
표결 결과,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14개국이 찬성했고 러시아는 기권했다.
결의안이 안보리를 통과하려면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아울러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이 초안을 작성한 이번 결의는 3단계 휴전안을 받아들일 것을 하마스에 촉구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가 협상 내용을 지체·조건 없이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긴급 회견을 열고 3단계로 이어지는 가자지구 휴전안을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안은 △ 6주간 완전한 휴전과 가자지구 내 인구 밀집 지역 이스라엘군 철수 및 일부 인질 교환 △ 모든 생존 인질 교환과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철수 등 영구적 적대행위 중단 △ 가자지구 재건 시작과 사망한 인질 시신 송환 등을 말한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결의 채택 후 발언에서 “안보리는 하마스에 휴전 협상안을 받아들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이미 협상안에 찬성했고, 하마스도 찬성한다면 싸움은 오늘이라도 멈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이스라엘이 구체적으로 무엇에 찬성했는지 불분명하다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단순히 이번 결의안이 아랍권의 지지를 받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도 이날 회의 석상에서 3단계 휴전 협상안에 찬성을 표했는지와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주유엔 이스라엘 대표부의 레우트 샤피르 벤-나프탈리 조정관은 “이스라엘은 인질을 석방하고 하마스의 군사·통치 능력을 파괴하며 향후 가자가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는 목표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 종식을 막고 있는 것은 오직 하마스뿐"이라고 지적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날 회의에 참석해 표결 과정을 지켜봤지만 정작 이스라엘 발언 순서에서는 자리를 비웠다.
에르단 대사는 지난 3월 안보리가 가자지구의 휴전 결의를 개전 후 처음으로 채택했을 때 “슬프게도 안보리는 오늘도 작년 10월 7일 벌어진 대학살을 비난하는 것을 거부했다"라고 비난하는 등 안보리를 향해 거친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반면 하마스는 이날 안보리 결의 채택 후 성명을 내고 “하마스는 안보리 결의에 포함된 내용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결의안은 가자지구의 영구적 휴전,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 포로 교환, 재건, (주민들의) 쫓겨난 주거 지역으로 복귀, 가자지구의 인구통계적 변화나 영역 축소 거부, 우리 주민에 필요한 구호품 전달을 지지했다"고 평했다.
이어 “우리 주민과 저항 운동의 요구와 일관된" 원칙들을 이행하기 위한 간접 협상에 관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이번 결의안에 적극 동참하도록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날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3단계 휴전안'을 거듭 강조했다.
또 이집트 카이로에서 가진 단독 기자회견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안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분명히 말하는데, 이스라엘은 이 제안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빼고 하마스와 미국인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을 직접 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소식을 보도한 NBC 방송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빼고 하마스와 직접 협상할 경우 가자지구 군사작전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 태도 변화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