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AI(인공지능) 기업 'xAI'가 세계 최대 규모의 AI 훈련용 슈퍼컴퓨터 '콜로서스'를 가동하면서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머스크의 '콜로서스', AI 슈퍼컴 전쟁 점화
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의 수장 일론 머스크는 지난 3일(현지시간) 'X'를 통해 10만개의 엔비디아 H100 GPU를 활용하는 AI 훈련 시스템 '콜로서스'(Colossus)의 공식 출시 소식을 전했다.
이는 AI 훈련을 위한 단일 시스템(GPU 클러스터)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머스크는 몇 달 안에 콜로서스에 10만개의 GPU를 추가할 계획도 밝혔다. 이 중 5만개는 H100의 상위버전인 H200 GPU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는 극적인 수요 증가를 불러올 콜로서스 프로젝트가 엔비디아로 대변되는 AI 하드웨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다. 머스크를 필두로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대규모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스타게이트 프로텍트를 통해 1000억달러(약 133조원)을 들여 대규모 GPU 클러스터 구축을 진행 중이며,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도 35만개의 H100을 구입할 의향을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삼성, HBM 시장 새 기회 포착
머스크의 참전으로 기술 기업의 AI용 GPU 확보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국내 한국 반도체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HBM은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성능 메모리 칩이다. 콜로서스와 같은 대규모 AI 시스템은 엄청난 양의 HBM을 필요로 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2023년 기준 전 세계 HBM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머스크의 프로젝트로 인한 수요 증가는 이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현재 삼성은 HBM 생산을 대폭 확대하며 SK하이닉스를 맹추격 중이다. 삼성은 자사의 파운드리 사업과 AI 칩 생산 능력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이에 필요한 HBM 공급도 늘리는 방식을 채택 중이다. 관건인 HBM3E 관련 기술력이 확보될 경우 매우 빠른 속도로 시장에 침투할 수 있다는 게 삼성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GPU 전쟁, 전력 소비 해결이 관건
기회 속에서도 도전 과제는 만만치 않다. GPU 시장의 성공을 좌우할 조건으로 최근 전력 문제가 대두 중이다.
대규모 GPU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량은 상당하다. H100 GPU의 최대 전력 소비량은 약 700W다. 10만개의 H100 GPU로 구성된 클러스터는 연간 약 374GWh의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지난해 구리시 전체가 사용한 전력량과 맞먹는다.
최근 세미콘 타이완 2024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전력 문제를 중요한 변수로 꼽은 이유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저전력 고효율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AI용 반도체 시장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극적인 확대가 예상되는 지금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기"라며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력을 한국 기업이 갖추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