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가 물가안정을 위해 도시가스 도매요금을 원가 이하로 책정하면서 14조원이 넘는 미수금이 발생한 가운데, 이 문제가 향후 분식회계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3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제2회 KOGAS포럼에서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한국회계학회 부회장)는 '가스공사 미수금의 쟁점과 해결 방안' 발표를 통해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계약성 거래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금융자산으로 보기 어렵고, 원료비 연동제의 중지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며 “민수용 가스요금을 현실화하지 않는 이상 미수금이 계속 증가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으로 미수금은 민수용(가정·상업) 14조1997억원, 발전용 1조1958억원 등 총 15조3955억원이다. 이 가운데 발전용 미수금은 원료비 연동제가 적용되고 있어 회수 가능한 금액으로 평가되지만, 민수용 미수금은 정부와 정치권의 물가안정 정책에 의해 결정되고 있어 회수가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손 교수는 “이해관계자 입장에서 통상 미수금이라는 자산은 기업 규모와 이익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오지만, 가스공사 미수금은 계속 쌓여만 가고 고리의 이자를 지급해서 자금조달을 하는 상황에서 배당할 여력이 없으므로 이해관계자는 이익정보의 실현 가능성 및 미수금의 회수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며 “이는 가스공사가 미수금에 대한 통제권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라도 분식회계의 오명을 쓸 가능성도 있음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스공사는 상장사이기 때문에 미수금 문제로 배당이 적어진다면 주주들이 제소 등 문제를 삼을 수 있다.
손 교수는 발표 후 기자와의 대화에서 “가스공사 미수금은 회계학적으로 여전히 자산으로 볼 수 있지만, 그 전제조건은 미수금 회수에 대해 가스공사가 통제권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만약 가스공사가 미수금 문제로 제소가 된다면 미수금에 대한 통제권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가스공사는 가스가격결정위원회에 참석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 문제는 국내 천연가스 수급 안정성을 저해하고, 미래 세대 부담으로 공정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으며, 요금 수용성도 저해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김수이 홍익대 상경학부 교수는 '가스공사 미수금 조속히 회수되어야' 발표를 통해 “가스공사 미수금은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대외 신인도를 하락시킴으로서 천연가스 도입 시 공사의 가격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원가 이하의 요금으로 수혜를 받는 소비자와 추후 요금인상에 따른 부담을 지게 되는 소비자가 달라져 불공정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장기간 요금인상을 유보할 시 소비자로 하여금 가격 예측성을 저하시키고 소비자의 요금 수용성을 저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수금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법으로 국제 가격에 국내 요금을 연동시키는 원료비 연동제의 정상화가 제시됐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정보통계학부 교수는 '원료비 연동제 유보의 경제적 영향' 발표를 통해 “안정적 천연가스 공급을 위해서는 이미 대규모로 발생한 미수금을 적시에 회수해야 하고, 그와 동시에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원료비 연동제를 정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경제적 효율성과 형평성을 함께 잡을 수 있는 장기적인 원료비 연동제 개선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토론시간에서 전호철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수금 회수에 대한 요건을 강화하고 특히 연속적인 미수금에 대해서는 더욱 명확한 명문화가 필요하다"며 “또한 에너지복지와 가격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