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업 컴투스의 펀더멘털이 과거보다 하락했음을 시사하는 지표가 선행지표인 주가뿐만 아니라 후행 지표인 신용등급에서도 확인이 돼 컴투스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기업평가는 컴투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낮췄다.
컴투스 같은 재무가 안정적인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컴투스는 지난 1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40.1%, 차입금의존도 13.9% 등 재무상태가 양호하다는 지표가 확인되고 있다. 한기평은 컴투스의 등급하락 원인으로 실적 및 실적 전망을 지적했다. 달리 말하면 실적 하락세가 완연해 신용 등급까지 끌어내렸다는 의미다.
◇운영 중단 중인 버츄얼 오피스
지난해 연결 기준 컴투스의 매출액은 7396억원이었고 영업손실은 332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기준 2년째 적자를 냈다. 컴투스는 2019년과 2020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실적이 나오는 기업이었다.
컴투스는 지난 3년간 자체개발 게임의 매출 비중이 평균 별도액 대비 97%를 차지할 만큼 자체 IP 비중이 높으며 5년 이상 장기 서비스 중인 게임라인업도 다수 확보했다. 특히 '서머너스 워' 라는 핵심 콘텐츠를 보유 중이다.
그럼에도 2년째 적자를 기록한 원인으로는 미디어·콘텐츠 부문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고 풀이된다. 관련 조짐은 2021년 4분기부터 보였다. 당시 게임업계는 P2E(Play To Earn)란 신용어가 등장한 때였다. 자이언츠스텝, 맥스트 등 메타버스 주식은 10배 가까이 치솟았고 게임업계 역시 관련 수혜를 함께 누릴 것으로 전망되며 컴투스 역시 근 3년래 최고 주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컴투스는 매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를 하겠다고 선언, 컴투스의 주가는 18만 3300원을 기록하며 최근 5년간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가가 근래 가장 높은 시점부터 컴투스의 실적은 예상과 크게 달라진다. 2021년 4분기 컴투스의 실적이 시장 예상에 크게 미달했는데 당시 성종화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21년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대폭 감소하고 시장 전망치에도 대폭 미달한 것은 메타버스 등 신사업 관련 투자로 인건비, 외주용역비 등 비용이 급증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났지만 미디어·콘텐츠 부문은 유의미한 실적을 냈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교보증권은 지난 12일 컴투스의 기업가치를 산정했는데 미디어·콘텐츠 부문은 기업가치가 담기지 않았다. 위지윅스튜디오 등 자회사의 기업가치만 담겼을 뿐이다.
또한 컴투버스 서비스는 지난 3월 4일부터 잠정 중단된 상태다. 2021년 꿈꿨던 B2B 중심의 버츄얼 오피스는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임 부문 진부화 지적·콘텐츠 다변화로 위기 넘길까?
지난해 주력 IP인 △서머너즈 워:크로니클 △MLB9이닝스:라이벌 △컴투스프로야구V23 등의 흥행에 힘입어 게임사업부문의 매출액은 증가했다.
또한 '스타시드' 등 3종의 신작 출시가 예정되어 있음에도 주가 측면에서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 4월 16일 3만 7750원으로 근 5년래 최저가를 기록한 컴투스의 주가는 반등세를 보이기보다 박스권을 형성 중이다. 17일 종가 역시 3만8000원으로 역대 최저가에 근접하는 모습이다.
신용평가사에서는 유저들의 피로도 및 진부화 문제를 지적했다. 회계적으로 진부화는 유행이 지나감에 따라 보유 중인 재고의 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박원우 한기평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의 빠른 하향 안정화 등 모바일 게임의 수명주기가 단축됐고, 유저들의 피로도가 상승했다"면서 “주력 IP 자연 진부화에 따라 기존 게임의 매출 성장 여력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컴투스의 위지윅스튜디오 중심으로 종합콘텐츠 제작사로서 사업기반 확장 추진 계획에 대해서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평가를 유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단기간 내 유의미한 수익성이 개선될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고 컴투스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을 BB등급으로 평가했다. BB등급은 전체 뒤에서 두 번째로 컴투스가 평가받은 여러 항목 중 가장 나쁜 성적표다.
증권업계에서도 비슷한 평가다. 특히 미디어·콘텐츠 부문에서 실적으로 증명을 요구 중이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디어·콘텐츠 사업부문에 있어 단순 라인업 공개에 따른 손익 개선을 뛰어넘어 본질적으로 동 영역이 정상이익에 도달할 수 있는 내부적 경쟁우위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바, AI 및 솔루션 기반 등의 자체적인 경쟁 DNA 등을 통해 결과로 내재가치를 증명해 낼 필요가 명확하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