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7월 08일(월)
에너지경제 포토

박규빈

kevinpark@ekn.kr

박규빈기자 기사모음




[종합] “메모리 하드 캐리”…삼성전자, 2Q 영업익 10.4조원 ‘어닝 서프라이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05 09:52

D램·낸드 ASP 오른 덕…15개 증권사 컨센서스 대비 25.23%↑

하반기 HBM 캐파·범용 D램 공급 부족·고용량 eSSD 수요 확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로고 박스. 사진=박규빈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로고 박스. 사진=박규빈 기자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올 2분기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1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5일 잠정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31%, 영업이익은 1452.24% 증가한 수치다.


최근 1개월 래 여의도 증권가 15개사 리포트를 종합한 실적 전망치 평균(컨센서스) 보다 매출은 0.15%, 영업이익은 25.79% 높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웃도는 것은 2022년 3분기 10조8520억원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지난해 총 영업이익 6조5700억원보다도 58.30%가 많은 수준이다.


이 같은 호실적은 반도체가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D램과 낸드의 평균 판매 단가(ASP)가 오른 덕에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시장 기대치보다 대폭 개선됐다.


잠정 실적을 발표하는 날인 만큼 부문별 실적은 공표되지 않았다. 당초 증권사들은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이 4조~5조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날 잠정 성적표가 예상보다 좋다는 점에서 관련 실적을 줄줄이 상향 평가하는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이익(1조9100억원)이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내는 등 업황 회복세가 뚜렷한 것도 호재다.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며 고부가가치를 지닌 메모리 판매량이 확대된 덕분이다. 고환율이 지속된 덕에 메모리 반도체 판가 상승률은 시장 기대치보다 한참 웃돌고, DX 부문 모바일 익스피리언스(MX) 사업부의 스마트폰 사업 수익성 부진을 메운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올 2분기 전체 D램·낸드의 가격이 각각 13∼18%, 15∼20% 상승했다고 추산했다.


스마트폰·노트북 사업 담당인 MX 사업부는 2조1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 사이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 2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이고, D램·낸드 가격 상승이 원가율이 오르는 결과로 이어져 수익성 하락으로 나타났을 것으로 점쳐진다.


디스플레이는 애플 등 주력 고객사에 대한 판매 호조세 덕에 700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시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상 디스플레이(VD)·생활 가전(DA) 사업부 역시 에어컨 성수기 효과에 힘입어 5000억∼7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반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공격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설비 증설에 따라 범용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고용량 기업용 SSD 수요가 늘어 메모리 수익성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3분기 예상 매출(82조5722억원)과 영업이익(12조181억원)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5%, 393.86% 급증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소비자 D램 시장에서는 생산 업체들의 공급 과잉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선 순위 측면에서 D램 생산에 밀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인상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트렌드포스가 3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이 각각 8∼13%, 5∼10% 오를 것으로 내다본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HBM 수요가 늘어 HBM의 D램 캐파 잠식 현상이 커졌고, 범용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예상 대비 심화될 수 있다"며 “경쟁사들이 2023년에 설비 투자를 줄여 삼성전자 웨이퍼 캐파 경쟁력의 가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파운드리는 선단 공정의 가동률이 낮고, 성숙 공정에서 SMIC 등 중국 회사들의 가격 인하 공세로 인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시스템 LSI 사업부는 스마트폰 고객사들이 부품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어 올해 안으로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이 존재한다.


5세대 HBM인 HBM3E 양산 가시화도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납품하기 위한 HBM3E 8단과 12단 제품 품질 테스트를 하고 있다.


전날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부회장)은 'HBM 개발팀' 신설을 골자로 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설비 기술 연구소 규모는 줄이고, 대다수의 개발 인력을 반도체 연구소와 평택 메모리 제조 기술 센터(MTC)로 전환 배치한다는 방안도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 기술 개발에는 소수 인력만 남겨 메모리와 반도체 파운드리 수율 개선에 전력을 투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서버 인프라 투자 붐에 따라 고용량 메모리 특수는 지속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도 HBM3E·128GB 고용량 D램 매출을 언제 본격적으로 늘릴 수 있는지와 TSMC 독점 AI 칩 수주 확보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HBM3E 8단 제품은 이르면 3분기 초, 12단 제품의 경우 3분기 말 경 고객사 품질 테스트에 관한 유의미한 성과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며 “추가 지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