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 수련병원에 제시한 전공의 사직서 처리 마감시한이 지났지만 복귀한 전공의는 50명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서 1만여명 무더기 사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사직 또는 복귀 여부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한 처리를 놓고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211곳의 전공의 1만3756명 중 전날까지 복귀한 전공의는 40∼5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을 포함한 주요 수련병원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전날까지 전공의들의 사직 또는 복귀 의사를 확인하고자 했으나 대부분의 전공의가 복귀는 커녕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빅5 병원 중 4곳 이상은 현재 복귀한 전공의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은 구체적인 숫자를 함구하는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전공의 약 520명 중 7명이 복귀한 데 그쳤다. 고려대안암병원은 전공의 약 580명 중 1명만 복귀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소속 전공의들에 별도 이메일을 보내 사직·복귀·재입사 절차를 안내하며 '지금 돌아오라'는 취지로 설득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주요 병원은 전공의들이 애초에 회신조차 하지 않았다며 더 이상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봤다.
전공의 1만여명의 사직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병원에서는 사직 의사가 명확한 전공의에 대해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무응답한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일괄 처리' 할지를 두고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병원들은 지난주 전공의들에게 사직 또는 복귀 의사를 밝혀달라는 문자 메시지 등을 보내면서 전날까지 복귀하지 않거나 응답이 없으면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알렸다.
무응답 전공의는 자동으로 일괄 사직 처리될 수 있음을 예고한 셈인데 병원 내부에서 반발이 거센 탓에 쉽사리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하반기 결원 모집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직서를 일괄 수리할 경우 병원과 전공의 사이의 관계가 영영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이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에서도 응답하지 않은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일괄적으로 수리할지를 두고 논의했으나 협의회 차원의 지침 등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논의 과정에서 사직서 일괄 수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보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결국 사직서 일괄 수리 여부는 각 병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업무 공백으로 지칠 대로 지친 대형병원이 결국에는 사직서를 수리하고 복지부에 하반기 전공의 정원(TO)을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사직한 전공의들이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시할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는 사직 전공의에겐 '수련 도중 사직 시 일 년 내 동일 연차·과목 복귀 불가' 규정에서 제외하는 특례를 적용하며 복귀를 독려하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 시한을 늦추지 않은 것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을 무리 없이 진행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은 이달 22일부터 시작된다.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로 불리는 필수의료 과목에만 한정하던 예년과는 달리, 결원이 생긴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모집이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정작 당사자인 전공의들의 반응이 냉랭한 탓에 하반기 모집도 파행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