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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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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대 “비행훈련원 항공유 공급사 입찰 조건 변경, 품질·안전 이슈 탓”…법적 대응 예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04 10:56

“국가계약법 절차 따른 것…특정 업체 밀어주기 아니다”
“유진네트웍스 측, 품질 향상 방안 제시·질문 답변 못해”
부산항공청, 급유차 상태 지적…“불량유에 엔진 오버홀”

미국 플로리다주 소재 한국항공대학교 샌포드 비행훈련원 격납고 내부. 사진=한국항공대학교 제공

▲미국 플로리다주 소재 한국항공대학교 샌포드 비행훈련원 격납고 내부. 사진=한국항공대학교 제공

한국항공대학교가 훈련기용 항공유 공급사를 변경 과정에서 불공정한 입찰이 있었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한국항공대 측은 이번 공급사 변경이 항공유 품질 문제에 따른 안전 문제가 우려돼 내린 결정이고, 과정 역시 적법한 절차를 거친 만큼 하자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사전에 낙찰자를 내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4일 한국항공대 관계자는 “기존 거래 업체인 유진네트웍스는 수시로 전화로 문의를 해왔기 때문에 이달 1일부터 시작되는 비행교육원(FTC) 항공유 공급·급유 업체 선정 계약 입찰 공고가 날 예정이라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에 따른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법상 '협상에 의한 계약'은 공고 기간이 40일인데 긴급한 경우는 10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며 “8월 1일자로 신규 사업자 선정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공고문에 '긴급'임을 명시하고 10일 간 입찰을 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항대20-31호 입찰 공고'(상단)와 '항대24-8호 입찰 공고'(하단). 사진=국가 종합 조달 포털 '나라장터' 캡처

▲'항대20-31호 입찰 공고'(상단)와 '항대24-8호 입찰 공고'(하단). 사진=국가 종합 조달 포털 '나라장터' 캡처

앞서 한국항공대는 2020년 국가 종합 조달 포털 '나라장터'에 '항대20-31호 입찰 공고'를 게시해 유진네트웍스와 최종 계약을 체결했고, 경북 울진군 소재 비행교육원에 경비행기용 항공 가솔린(AVGAS)을 납품받았다.




해당 계약 만료일은 작년 12월 31일이었던 만큼 한국항공대는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고자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었으나 준비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유진네트웍스 측에 양해를 구하고 올해 1~3월, 4~6월, 7월 등 총 3회에 걸쳐 한시 연장 계약을 맺었다. 이후 지난달 5일에는 긴급 공고를 올려 입찰을 진행해 항공유 공급 업체를 '동화에비에이션서비스'로 변경했다.


그러자 비행교육원 항공유 공급·운영 용역 선정과 관련, 한국항공대에 대한 고발장이 고양경찰서 경제팀에 접수됐다. 고발장은 한국항공대가 특정 업체를 계약 상대로 내정한 상태에서 자사를 응찰토록 했고, 입찰 방해·업무 방해로 달하는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고양경찰서 경제팀에 접수된 고발장. 사진=유진네트웍스 제공

▲고양경찰서 경제팀에 접수된 고발장. 사진=유진네트웍스 제공

유진네트웍스 관계자는 “원칙대로 입찰 공고를 사전에 고지한다면 1차 연장 계약 기간인 1월에서 3월 사이에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7월 5일에 입찰 공고가 날 것을 사전에 고지받은 사실이 없다"고 설파했다. 이어 “기존 업체 계약 만료일 즈음이 아니라 한국항공대가 자체 준비 문제로 입찰 공고일을 7월 5일로 늦췄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도대체 무슨 이유로 7개월이나 늦게 입찰 공고를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0년 공고 입찰 참가 자격에는 '공고일 기준 최근 3년 간 대학·정부·공공 기관에 총 30만Gal 또는 113만5600L 이상의 항공유 급유 실적이 있는 사업자'라고 명시돼있었지만 '항대24-8호 입찰 공고'에서는 해당 부분이 삭제됐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입찰 조건 완화가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함이 아니었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대한항공 여객기 좌익에 주유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여객기 좌익에 주유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제공

하지만 국내 항공 급유 업체가 소수인 업계 특성상 기계적으로 실적으로만 참가 자격을 제한하면 사실상 유진네트웍스 외 타 업체의 입찰 참가 기회를 차단하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공정성을 해쳐 형평성 논란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업계는 유진네트웍스가 국내 교육·훈련용 항공기 급유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점하고 있어 사실상 시장 내 경쟁이 비활성화 돼있고, 가격 협상력이 높아 교육 기관들에게 불리한 계약으로 귀결돼왔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항공대 관계자는 “2020년 입찰 당시에는 기술 평가 없이 가격만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적용됐다"며 “무자격자가 가격으로만 낙찰받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급유 실적을 입찰 참가 자격 조건으로 못박아둔 것"이라고 소명했다.


따라서 최근 입찰에는 급유 실적이 없어도 참여할 수 있게 하되, 기술 평가 과정에서 급유 등의 실적을 정량 점수로 반영하고 품질 관리 등 운영 계획을 정성 점수로 매기도록 개선했다는 것이다.


한편 유진네트웍스 측은 “가격 개찰을 한국항공대 총무팀이 했는데 경쟁 업체보다 우리가 1억4000만원 가량 낮게 써냈다"고 했다.


한국항공대는 기술 평가에 있어 한국항공대 측은 울진 사업 담당자를 배제했고 기술교육원장을 배석시켰다. 평가 위원들은 비행 안전 확보를 위한 항공유 품질 관리 능력을 중점 질의하며 평가했다.


당시 동화에비에이션서비스 관계자는 공지된 발표 시간인 10분을 준수해 준비된 자료를 모두 소화했고, 품질 관리 기준을 세부적으로 규정한 'JIG(Joint Inspection Group) 1'에 입각해 △저장·입출하 시설 △급유차 △항공기 급유 운영 실태·개선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유진네트웍스 관계자는 기준 시간을 2분 24초 초과했음에도 전체 33페이지 중 일부만 소개했고, 현 문제점에 대한 파악과 구체적인 품질 향상 방안 등에 대한 제시와 관련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다는 게 한국항공대 측 설명이다.


이에 유진네트웍스 관계자는 “발표 시간 준수는 평가 항목에 포함된 바 없고 사전에 제공된 40여 페이지 분량의 제안서 내용을 10분안에 상세히 발표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10분은 제안서 내용 중 강조하거나 어필할 내용 중심으로 소개했다"고 반박했다.


또 “발표 직후 약 30여분 간 이뤄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항공유 품질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고, 30여분 간 제안서 내용을 포함, 품질 관리에 대해 충분히 소명했다"고도 했다.


한국항공대학교 비행교육원 로고. 사진=한국항공대학교 비행교육원 페이스북

▲한국항공대학교 비행교육원 로고. 사진=한국항공대학교 비행교육원 페이스북

한국항공대 관계자는 “유진네트웍스 측은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본 입찰이 자신들을 들러리 세우는 것 같다며 선정하지 않을 시 조치를 취하겠다는 듯한 말을 했다"며 “심사위원장으로부터 '부적절하다'는 주의를 받았고 일부 위원들은 이를 협박성 발언으로 인식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유진네트웍스 측은 “발표회 당시 혹시라도 내정한 상태에서 본 입찰이 진행되지 않은지 의구심을 전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협박한 사실은 전혀 없고, 그런 의구심 때문에 오히려 열심히 입찰 제안서를 준비했으니 공정하게 평가해줄 것을 정중히 당부하고 나왔디"고 해명했다.


또 “이미 16일에 총 8부로 편철된 제안서가 한국항공대 측에 전달됐고, 22일 발표회 이후 24일 우선 협상자 대상 선정 공고일까지 2일의 시간이 있어 이미 제출된 입찰 제안서를 검토할 시간은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유진네트웍스 측은 동화에비에이션서비스가 항공 급유 실적이 전무하고, 장비도 소유하지 않아 부적격하다고 주장했다. 또 항공유 급유 실적과 무관한 기내 청소를 용역 실적에 넣겠다며 항목을 추가한 것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항공대 관계자는 “동화에비에이션서비스는 올해 5월 항공유를 구매해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에 납품한 이력이 있다"며 “올해 4월 17일자로 항공기 취급업 등록증에 의거, 양양·울진공항 급유업으로 인가를 받았고 항공기 급유차 2대를 보유한 적격 업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항공기 취급 업체로서 공항에 출입·상주하며 지상 조업 서비스 운영 경험이 있다면 본 용역 수행이 가능하다고 봐 정량 평가 지표에 반영했고, 그 점수는 100점 만점 중 10점"이었다며 “필요 자격·기술 보유 여부는 정성 평가 요소로 분류해 70점을 배정했다"고 부연했다.


부산지방항공청이 특별 점검 활동을 통해 확인한 유진네트웍스 급유 차량 관리 상태. 사진=부산지방항공청 제공

▲부산지방항공청이 특별 점검 활동을 통해 확인한 유진네트웍스 급유 차량 관리 상태. 자료=부산지방항공청·한국항공대학교 제공

무엇보다 한국항공대는 공급 업체를 바꾸게 된 이유에 대해 유진네트웍스의 부실한 관리로 빚어진 항공유의 품질 문제를 들었다. 항공유는 운항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공급사는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저경력 조종 훈련생들의 초기 비행 훈련에 사용되는 항공 가솔린은 철저한 관리를 요함에도 유진네트웍스 측은 미흡한 태도를 보였다는 전언이다.


한국항공대 관계자는 “사업 운영 결과 가격 외에 항공유 품질 관리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평가에 반영하기 위한 계약 방식 변경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비행교육원 정비팀은 유진네트웍스가 급유를 시작한 이래 엔진의 실린더 결함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엔진 교체까지 1000시간 이상 남았음에도 실린더의 배기 밸브가 슬러지로 고착화 돼 장기 주기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또 이 같은 이유로 실린더 교체가 잦아 재고가 없고, 재입고가 이뤄질 때까지 비행을 멈춰야 하는 문제를 겪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해 5월 3일에는 훈련기의 좌익·우익 연료 탱크에서 다량의 오염 물질이 검출됐다는 보고가 있었다. 훈련기에 급유한 유진에비에이션 측 차량의 필터가 미세한 오염 물질을 거르지 못해 생겨난 일이었다. 급유차의 연료 펌프 고장으로 인해 울진 비행훈련원이 멀티 항공기 훈련을 중단한 사례도 존재한다.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 관계자는 “유진네트웍스가 연료 탱크와 펌프 관리를 부실하게 관리한 탓에 내부에는 녹이 슬어있다"며 “양질을 기해야 하는 항공 가솔린(AV-GAS)에 찌꺼기가 유입돼 훈련기 엔진 문제가 생겨나 불안감이 가중돼왔다"고 토로했다.


동종 업계의 한 관계자도 “한국항공대 울진 비행훈련원은 유진네트웍스의 항공유를 공급받고 훈련기 엔진에서 문제가 생겨 분해 후 재조립(오버홀)까지 하는 등 꽤나 고생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증언했다.


한편 유진네트웍스 측은 “당사는 한국항공대 비행훈련원에 납품하는 항공유를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KAS)에서 받아온다"며 “오히려 품질 문제는 한국항공대가 소유한 저장 탱크 탓에 촉발된 것"이라고 맞섰다.


또 “당사 항공유 품질이 좋지 않다면 왜 3회나 연장 계약을 했는지 의문이며, 필터 교체와 차량 고장 등으로 인한 손실을 내는 회사를 왜 입찰에 참가시키느냐"며 “노후 저장 탱크 세척은 당사 비용으로 처리했다"고 토로했다.


울진 비행장 항공 안전 특별 점검 결과 공문. 자료=부산지방항공청 제공

▲울진 비행장 항공 안전 특별 점검 결과 공문. 자료=부산지방항공청·한국항공대학교 제공

2022년 2월 8일 부산지방항공청은 울진 비행장에 대한 항공 안전 특별 점검을 벌였고, 유진네트웍스 급유 차량의 타이어 마모·훼손과 접지선 부품 교체 필요 등 전반적인 관리 상태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유진네트웍스 측은 “차량의 타이어 관리 상태와 항공유 품질이 무슨 상관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고, 운행을 하다보면 노후화가 진행된다"며 “품질에 대해 시정 조치를 받은 적 없고, 오히려 잦은 차량 고장과 필터 교체로 막대한 금액을 지출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한국항공대 측은 일부 보도에서 한영곤 동화에비에이션서비스 부사장이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KAS) 상무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낙하산 인사'임과 동시에 한국항공대와 유착·담합 관계에 놓여있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투명 경영에도 결함이 생겼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한국항공대 관계자는 “한 부사장에 대한 특혜를 제공한 내역도 없다"며 “한진그룹 경영과 무관하게 대학 운영은 독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조 회장과 대한항공 사진을 기사 속에 반영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또 “본 건에 관해 오보를 낸 2개 언론사에 정정·반론 보도 요청을 할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에 대한 민사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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