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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부당대출’ 국민은행에 제재조치...타 은행권도 ‘사정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07 17:08

소득증빙서류 허위인거 알면서도 대출 취급
과태료 6천만원, 직원 면직 조치

타행도 초과대출·내규위반 사례 다수 적발
책무구조도 도입시 제재대상 확대 가능성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대출창구.

금융감독원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서류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부당하게 대출을 취급한 KB국민은행에 과태료 6000만원의 처분을 내렸다. 금감원은 은행권에서 부동산 매매가격을 부풀리거나 임대소득을 과다산정하는 식으로 초과대출을 일으키는 사례가 다수 적발된 만큼 '부동산 감정평가 점검시스템'을 가동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라고 지도했다.


적정 담보가치를 초과하는 대출이 취급되고, 해당 대출분이 제대로 상환되지 않는다면 은행권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당국 차원에서도 주의깊게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상 대출보다 큰 금액 대출받도록 안내...서류 변조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여신심사와 사후관리를 부적정하게 수행하고, 금융사고 예방대책을 준수하지 않은 국민은행에 6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관련 직원 2명에는 면직과 정직 3개월 처분을 각각 내렸다.


금감원 검사 결과 KB국민은행 A지점은 2021년 7월 6일부터 2022년 12월 2일까지 차주 42명에게 총 67건, 168억5800만원의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심사를 부적정하게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지점에서 기업금융업무 등을 담당했던 팀장은 자신의 고교 선배인 부동산중개업자를 통해 소개받거나 직접 물색한 차주가 국민은행에서 정상적으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큰 금액을 대출받도록 필요한 소득금액 수준을 안내했다.


이후 차주로부터 제출받은 재직, 소득증빙서류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이를 근거로 대출을 취급했을뿐만 아니라 서류를 복사한 후 오려 붙이는 방법으로 소득증명서, 예금잔액증명서를 직접 변조했다.




여신을 심사할 때 차주의 소득증빙서류상 소득금액보다 큰 소득금액을 입력하거나, 자금 용도와 무관하게 대출한도를 늘릴 목적으로 신규 개인사업자 등록을 요청하는 식으로 개인사업자대출을 취급한 사실도 적발됐다. 서류상 소득금액을 근거로 9차례 대출한도를 조회한 결과 차주가 신청하는 금액의 대출이 불가능하자 서류와 무관한 소득금액을 입력해 대출을 실행했다. 여기에 A지점은 사후검사를 실시할 때 자금의 용도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하지 않거나 입출금 내역만 첨부하는 등 용도외 유용 점검을 적절하게 수행하지 않았다.



부당대출 연체시 은행권 건전성 위협...금감원 '주시'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다수의 은행 영업점에서는 실적을 늘리기 위해 감정평가액을 부풀리는 식으로 초과대출을 취급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출취급과 감정평가 업무를 분리하지 않는 등 여러 내부통제 장치가 작동되지 않은 결과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이 개인사업자, 중소기업대출 가운데 사고 개연성이 높은 대출 1만640건에 대해 자체 점검을 실시한 결과 초과대출 의심거래는 124건, 여신취급 관련 내규 위반은 492건에 달했다.


실제 NH농협은행에서는 올해 3월 109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5월 각각 51억원, 11억원 규모의 공문서 위조, 업무상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해당 건은 채무자가 위조한 공문서를 확인하지 못하고 부동산 가격을 고가 감정하면서 초과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고는 횡령과는 결이 다르지만, 부당하게 취급된 대출이 연체될 경우 은행권 손실이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금융감독원 내부에서도 이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은행권에 부동산 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감정평가액, 매매가격 등을 연계 검증하고, 추가 검증이 필요한 건에 대해서는 여신심사 절차를 중단하라고 지도하고 있다.


금감원의 사후 제재보다는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부동산 감정평가 점검시스템을 가동해 직원들이 부당대출에 노출되는 유인책을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이 내부통제를 강화해 부당대출 사례를 신속하게 적발하고, 조치를 취한다면 관련 사례들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부동산 담보대출은 워낙 거액의 대출이 취급되기 때문에 내부통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러 채널을 통해 은행에 알리고 있고, 은행권도 이를 적극 수용·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 입장에서도 내년 1월 초 책무구조도가 적용되면 부당대출 책임자나 제재 대상이 확대될 수 있어 부당대출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책무구조도란 지배구조법상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다. 금융지주, 은행은 내년 1월 2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하는데,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내부통제에 대한 임원들의 책임소재가 명확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책무구조도가 본격 도입되면 부당대출을 실행한 직원뿐만 아니라 관련 부서장, 임원급도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며 “임원들이 직원들의 내규 준수 여부 등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식으로 사고예방에 주력하다보면 리스크는 줄어드는 대신 고객 입장에서는 대출 실행 속도가 과거보다 다소 지연된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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