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이 우리나라 경제에 꼭 부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가 에너지가격 안정을 꾀하면 우리나라 경제에 득을 주는 점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경제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침체된 생산성을 반전시키지 못하면 점점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 우려했다.
조 원장은 10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에너지미래포럼 1월 조찬 포럼에서 '한국경제 전망과 과제' 주제 발표를 통해 “트럼프 집권 후 최악의 시나리오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도 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할 때다. 이럴 시 총 수출액은 448억달러,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67% 감소해 영향이 크다"며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보편관세를 얼마나 높일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관세 인상과 감세에 따른 제정적자확대, 저임금 불법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정책은 미국 물가를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라며 “환율이 올라가면 개별 경제주체들에게는 적지 않은 득실을 줄 것이나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부정적이라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에는 불리해지나 수출에는 유리해진다는 점을 언급한 셈이다.
그는 “트럼프 집권으로 긍정적인 것은 에너지가격 안정에 있다"며 “트럼프는 셰일가스 등 화석연료 생산 등을 통해 에너지 가격 하락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에너지가격이 10%만 하락해도 우리나라 경제의 수입 부담은 연간 10조~20조원 감소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방위비 분담금 인상시 우리나라 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는 우리나라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웠지만 실제 어느정도 영향이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소비자심리지표가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실물경제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는 다른 문제다"며 “신용카드 데이터는 거의 영향이 안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때도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최근 주가와 환율이 반응했으나 정도가 아직 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더 걱정되는 건 장기적인 경제성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이다"며 “2010년대에 하락한 생산성을 반전시키지 못하면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미국과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생산성 반전을 위해 규제, 노동, 교육 등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관 에너지미래포럼 대표는 이날 포럼 개회사에서 탄핵 정국으로 불확실한 에너지정책에 대해 언급했다.
김 대표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돼서 야당이 집권하면 에너지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원자력 발전 확대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 개선을 계획적으로 추진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하지만 야당에서도 중도 성향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까 희망 해본다. 현재 어려운 경제여건과 문재인 정부 때 정책 실패를 고려하면 새집권 세력은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에너지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내고 제 역할을 해주면 에너지 산업이 골고루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