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가격이 5개월여만에 저항선이던 톤당 9000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지난해분 배출권을 올해분으로 이월하는 걸 제한하는 규제를 완화하면서 침체된 배출권 가격이 일부 회복됐다고 분석됐다.
배출권 전문기업인 에코아이의 '카본아이 배출권 시장 동향 및 전망 월간보고서 8월호'에 따르면 지난해분 탄소배출권인 KAU23 가격은 전월 대비 2.1% 상승한 톤당 914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초 톤당 8900원대에서 거래되던 KAU23은 소폭 상승세를 보이다 9000원대를 돌파했고 25일에는 최고 9300원에 거래됐다.
올해 들어 KAU23 가격은 톤당 8000원에서 9000원 사이에서 거래되며 9000원이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했다.
KAU23 가격이 톤당 9000원을 넘긴 건 배출권 이월제한 규제 완화로 부족업체가 구매한 KAU23을 KAU24로 넘길 수 있는 양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출권을 구매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저렴한 KAU23을 미리 확보하고 KAU24 구매 부담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현신 에코아이 팀장은 “지난해 배출권 수급이 잉여인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KAU23 가격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변동성도 완화되며 시장 침체가 지속됐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부족업체의 이월 승인 기준 완화로 인해 KAU23을 구매해 KAU24로 이월하려는 추가 매수 수요가 이어졌다. 이는 거래 평균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7월 중순 경 KAU23 가격은 9000원대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해 9월 20일 배출권 거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배출권이 남는 업체는 순매도량을 기준으로 기존 1배에서 3배로 이월을 허용했다. 배출권 부족업체의 경우 부족량보다 배출권을 더 구매했을 때 전량 이월을 허용했다.
지난달 KAU23의 장내 거래량은 총 467만1510톤으로 전월 대비 12.5% 감소했다. 시장 참여자별 거래 비중은 할당대상업체 58.2%, 시장조성자 41.2%, 거래중개회원 0.5%로 나타났다. 할당대상업체는 5만6832톤을 순매도했고 시장조성자 및 거래중개회원은 각각 2만9721톤, 2민7111톤을 순매수했다.
박 팀장은 “이달 말 KAU23 배출권 정산을 앞두고 KAU23 거래는 별다른 이슈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KAU23 가격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일부 상승 가능성이 있으나,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달 30일까지 KAU23 거래가 마무리되고, 다음달 2일부터 KAU24 거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KAU24 가격은 최근 KAU23이 톤당 9000원대에 진입함에 따라 9000원으로 상승했다.
박 팀장은 “과잉 공급 이슈로 인한 배출권 가격 부진 시 배출권 정산 완료와 동시에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배출권 가격이 반등하는 패턴이 나타난 바 있다"며 “다만, 올해 들어 지속된 배출권 가격 부진과 가격 상승 기대감 부족, 하반기 할당대상업체의 거래 비수기 등을 고려할 때 급격한 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