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놀이·자외선·피로감 따른 증세 사후 치료관리법
귀에 물 들어간 외이도염 방치땐 청력상실·난청 유발
휴가철 자외선 각막염 많아…헤르페스균 감염 '주의'
태양에 장기간 노출 피부 화상·기미…회복돼도 '자국'
임질·음부포진 성병 숨기지 말고 빠른 검사치료 필요
올 여름 무더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그만큼 폭염을 피해 국내의 산과 바다, 강과 계곡, 또는 해외 여행지를 찾아 나선 피서객들도 많았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현상이지만 폭염이 극성을 부린 올해에 더욱 물놀이가 잦고, 태양빛이 강렬했던 만큼 질병 관련 휴가 후유증으로 고생하거나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놀이에 따른 눈병이나 귓병, 자외선 노출에 따른 피부질환, 다양한 비뇨기 계통 질병이 대표적인 휴가 후유증으로 꼽힌다. 휴가기간에 얻은 질병을 신속하게 치료관리하고, 휴가 피로증도 훌훌 털어버리고 건강한 일상생활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평소 귓병 치료 받았던 사람은 휴가 뒤 사후검진 필수
수영장이나 워터파크, 해수욕장, 강·계곡 등에서 물놀이를 즐겼다면 외이도염에 이은 만성 외이도염 및 중이염 발생 우려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귀에 물이 들어가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인 외이도염의 주요 증상은 부기, 통증, 가려움증, 발열감 등이다. 귓구멍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피부에서 진물이 흘러나오고, 더 악화하면 귓구멍이 막히고 귓바퀴 주위로 염증이 퍼져 귓바퀴까지 빨갛게 된다.
외이도염을 완전하게 치료하지 않았을 때 귓속은 세균 또는 진균(곰팡이) 같은 감염원이 서식하기에 좋은 조건이 되어 고질적인 만성외이도염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곰팡이는 생명력이 강해 피부각질층 아래에서도 서식하므로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올라와 계속 가려움과 염증을 일으킨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청력상실과 난청을 유발하면서 치료가 까다로운 중이염으로까지 진행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진 교수는 “전에 만성 외이도염이나 중이염을 앓았거나, 특히 삼출성 중이염(귀의 중간에 삼출액이라는 체액이 찬 경우) 등을 치료했던 사람들은 휴가 때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사전·사후 귀 점검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강렬한 햇빛으로 검은 눈동자에 상처가 생기는 '자외선 각막염'도 휴가철 후 생기는 대표적인 눈 질환이다.
각막이 충혈되고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증상이 올 수 있고 눈이 붓고 눈물이 흐르며 통증도 나타난다. 항생제 안약을 투여하고 눈 주변에 얼음찜질을 해 주면 대체로 며칠 안에 호전된다.
눈이 간지럽고 뻑뻑하다면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눈꺼풀이나 점막에 작은 염증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단순한 눈병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눈이 뻑뻑해지고 눈물이 자주 흐르는 증상이 더해진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각막에 파고들면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거나 각막에 구멍이 생겨 시력에 문제를 일으킨다.
◇피부 그을림은 점차 호전…기미·주근깨는 전문 치료 바람직
여름철 강한 햇빛(자외선·적외선)에 피부가 오래 노출되면 기미, 주근깨 등의 색소질환이 생기기 쉽다. 또한 일광화상을 입은 자리가 회복된 후에도 얼룩덜룩한 자국(피부 그을림)이 남아 고민하는 사람도 상당하다.
피부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얼룩덜룩한 자국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즘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미나 주근깨 같은 색소질환은 잘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피부과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자외선으로 인한 색소침착은 토닝레이저가 도움이 된다"면서 “멜라닌 색소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레이저 시술을 통해 일광화상에 의한 색소침착을 빠른 속도로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원장에 따르면, 여름철 두피와 모발의 손상을 방치하면 가을철 탈모가 급격히 진행된다. 두피 염증이나 가려움, 비듬 등은 탈모증의 원인이므로 증상에 맞는 약물요법으로 빨리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손상된 모발은 영양과 수분을 공급해 주는 기능성 샴푸와 컨디셔너를 통해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 두피에 염증과 가려움증이 심하고 각질과 비듬이 많아졌거나 탈모증상이 생겼을 경우 피부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본다.
◇임질·클라미디아·음부포진 감염 초기엔 증상 거의 없어
휴가지에서 '찜찜한 일',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면 병·의원이나 보건소를 찾아 소변검사, 혈액검사, 분비물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질염은 휴가 중 물놀이에서 가장 많이 감염이 되는 질환이다. 질 분비물이 증가하거나 불쾌한 냄새, 소변시 통증, 외음부 가려움증 등이 주요 증상이다. 여름철에 여러 사람이 같이 이용하는 물 속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칸디다균'이 주범이다. 물 속에서 몰래 오줌을 누면 감염이 더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통계를 보면, 질염 진료 환자수는 2019년 약 215만명에서 계속 떨어져 2023년에는 약 170만명으로 줄었다. 반면에 질염 진료비용은 2019년 1492억원에서 계속 늘어나 1979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질염 초진환자는 8월 약 22만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20~40대가 63%를 차지했다.
전통적인 매독균, 임질균, 클라미디아,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헤르페스(음부포진 바이러스) 등은 잠복기간 동안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 병에 걸린 줄 모른다. 감염된 상태로 배우자나 다른 상대와 성관계를 맺게 되면 전염이 되기 때문에, 전염 경로를 잘 파악해 관련자들에게도 알려줘야 한다.
여성들의 경우 임질이나 클라미디아 감염이 자궁내막염, 난관염, 난소염과 같은 모성을 갉아먹는 질병으로 악화할 수 있다. 성병이라고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니라 '초기에 검사를 해서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금과옥조이다.
최근 늘어나는 성기와 그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음부포진(헤르페스)는 한 번 감염되면 평생 잠복하면서 병이 발현되거나 전염이 일어난다.
비뇨의학과 전문의 이윤수 원장(이윤수·조성완비뇨의학과)은 “헤르페스 바이러스 성병은 특별한 치료약이 없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수시로 재발한다"면서 “물집이 생겼을 때 감염 위험이 특히 높으므로 증상이 발현됐을 때 성관계를 절대로 하면 안되며 키스도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음모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 외에 그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는 성매개 기생충이 사면발니(이)다. 음모 부위가 따끔하고 가렵다면 사면발니 감염이 의심된다. 성관계뿐 아니라 목욕탕이나 찜질방, 숙박업소 등에서도 감염이 일어난다. 충체가 발견되면 충란까지 없앨 수 있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상복귀 뒤 규칙생활 중요…1주일은 생체리듬 회복 노력을
휴가 후 몰려오는 피로감을 풀고 원활하게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해보자. 근육이 뭉쳐서 통증이나 불편함이 있다면 관절 또는 근육을 늘인 상태에서 10~20초 정도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반동을 이용한 스트레칭은 오히려 근육이나 인대에 손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
산책이나 걷기, 조깅 등과 같이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가볍게 시행하는 것이 좋다.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 어렵다면 지하철이나 건물의 계단 오르기라도 해야 한다. 쉽게 할 수 있고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의 효과를 모두 볼 수 있어 적극 추천한다.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김원 교수는 “운동을 하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너무 무리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땀을 흘리게 되면 오히려 몸이 더 피곤해지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강도가 높은 운동을 했을 때는 1~2일 정도 휴식을 취한 다음 운동을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짧은 휴가 기간으로 인해 휴가와 업무 복귀 사이에 여유시간을 가지기 힘들다면, 휴가를 마치고 직장 복귀 뒤 1주일 정도는 생체리듬을 직장생활에 적응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규칙적인 생활이 특히 중요하다. 다소 피곤하더라도 기상시간을 지키고, 자기 전에 미지근한 물로 목욕을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근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쪽잠(낮잠 등)을 10~20분 정도 자는 것도 좋다. 휴가 후유증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온몸이 무기력하며 아픈 경우에는 모종의 질병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