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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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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e+ 삶의 질] 폭염에 시달린 혈관…일교차 큰 환절기 ‘뇌졸중 경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01 15:40

■ 한 해 60만명 이상 발생 뇌경색·뇌출혈 증세 및 추이

기온변화로 혈관 수축, 떨어진 혈전이 뇌혈관 막거나 출혈 초래

작년 65만명 웃돌고 뇌경색이 85%, 평균연령 男66세 女72세

극심한 두통·어지럼증·시력저하 등 전조증상 시 신속대처 필요

45세 미만 젊은층 뇌출혈 증가 “혈압·비만·금연 조기관리해야"

길병원 가천뇌건강센터 의료진이 뇌혈관을 촬영한 자기공명영상(MRI)사진들을 판독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길병원 가천뇌건강센터 의료진이 뇌혈관을 촬영한 자기공명영상(MRI)사진들을 판독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가천대 길병원

올 여름 유례 없는 폭염으로 가을 환절기에 '뇌졸중(뇌경색·뇌출혈) 경고등'이 켜졌다. 국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 상당수 만성질환자들의 주요 혈관이 큰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심장 혈관(관상동맥)이나 목 부위의 혈관(경동맥)의 내막에 들러붙어 있던 혈전(피떡)이 쉽게 떨어질 수 있고, 이것이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을 유발하기 쉽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혈관 수축의 폭이 커지면서 뇌졸중의 위험도는 더 높아진다. 뇌 안의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은 일단 발병하면 회복해도 중증장애를 남길 수 있는 가능성이 뇌경색보다 더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통계를 보면, 병·의원에서 전체 뇌졸중 연간 발생자는 2020년 60만 7862명에서 매년 증가해 2023년 65만 3409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뇌출혈 환자는 2020년 9만 9235명에서 매년 늘어나 2023년 10만 5130명으로 집계됐다.


뇌졸중 증상은 뇌혈관 이상이 생기는 부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왼쪽 뇌에 손상이 오면 언어 장애와 더불어 오른쪽에 편마비가 발생하고, 오른쪽 대뇌에 이상이 생기면 왼쪽에서 편마비가 나타난다. 또 소뇌에서 일어나면 어지럽고 균형 잡기가 힘들고, 뇌간에 병변이 생기면 뇌신경의 일부가 마비되고 혼수상태에 빠진다.


뇌졸중은 우선 고령층에 큰 문제이다. 한국은 내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가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22년 통계를 보면, 전체 뇌졸중 환자들의 평균연령은 남성 66.3세, 여성 72.5세로 나타났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뇌졸중 중에서 가장 많은, 약 85% 이상을 차지하는 뇌경색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가 뇌혈전증으로, 동맥경화증이 생겨 손상된 뇌혈관 차체에 혈전이 계속 생기면서 혈관이 좁아져서 막히는 것이다. 동맥경화증은 수도관에 녹이 스는 경우처럼, 죽 같은 끈적끈적한 혈전이 계속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것이다.


둘째는 뇌색전증으로, 심장 또는 목의 큰 동맥에서 생긴 피떡이 떨어져나가 혈류를 타고 흘러가서 멀리 떨어져 있는 뇌혈관을 막아 생기는 뇌경색을 말한다.


셋째는 열공성 뇌경색으로 뇌의 아주 작은 혈관이 막히는 경우다.


뇌출혈은 크게 뇌내출혈과 거미막밑(지주막하) 출혈로 나눈다. 뇌내출혈은 갑자기 뇌혈관이 터지면서 뇌 안에 피가 고이는 상태이다. 거미막밑출혈은 뇌동맥류가 터지면서 뇌를 싸고 있는 거미막(지주막) 밑에 피가 고이는 병이다. 심한 두통과 구토가 특징이며 대개 반신마비가 없다. 동맥류란 선천적으로 혈관벽이 약해져서 혈관이 혹처럼 부풀어 오른 병증이다.


◇ 일시 호전되는 '일과성 뇌허혈발작'도 사전 검사·치료 중요


뇌경색·뇌출혈 외에 '일과성 뇌허혈발작'도 있다. 잠시 뇌졸중이 왔다가 호전되는 일과성 뇌허혈발작은 심하게 좁아진 뇌혈관으로 피가 흐르지 못하다가 다시 흐르거나 뇌혈관이 피떡에 의해 막혔다가 다시 뚫린 것인데, 잠시 뇌졸중 증상이 왔다가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곧 좋아진다.


또한 이런 증상들이 고령, 스트레스, 피로 등의 원인으로 발생했다고 여기고 간과하기 쉽다. 그래서 중요한 치료의 시기를 놓치게 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은 당장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지는 않지만 앞으로 발생할 뇌졸중의 강력한 경고"라며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무시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뇌졸중학회에 따르면, 일과성 뇌허혈 발작을 경험한 사람은 5%에서 한달 내, 12%에서 1년 내, 20%에서 2년 내, 30%에서 3년 내에 뇌졸중 발생을 경험하게 된다.


가천대 길병원 가천뇌건강센터 이영배 소장(신경과 교수)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 주요 생활습관병뿐만 아니라 흡연·과음·복부비만, 선천적 뇌혈관 이상, 혈액응고의 이상질환 같은 위험요인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졸중은 발생 전에 여러 가지 전조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119 구급대를 부른다. 가능하다면 스스로 빠른 대중교통을 이용해 병원으로 간다. 스스로 자가용을 운전하는 것은 위험하다.


첫째, 두통과 어지럼증이다. 갑작스럽게 발생하거나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두통, 크고 작은 어지러움, 두통·어지럼증과 함께 구토가 나올 때는 즉시 응급실로 간다.


둘째, 부분적인 시야 소실이나 복시(겹치거나 흐려 보임) 또한 뇌졸중의 주요 증상이다.


셋째,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거나 입술이 한 쪽으로 돌아가는 경우이다.


넷째, 갑자기 균형을 잃거나 걸을 때 균형을 못 잡고 불안정한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섯째, 얼굴·팔·다리의 편측이나 일부분에 마비 또는 약화 발생하는 경우도 뇌졸중의 흔한 증세이다.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은 듯한 두통은 뇌동맥류가 터진 증상으로 가장 심각한 증세이다.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박용숙 교수.....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박용숙 교수가 뇌혈관 파열로 빚어진 뇌졸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중앙대병원

◇ 30~40대 뇌출혈 환자 60%, 사망·중증장애인 초래 '경각심' 강조


뇌출혈은 젊은 사람의 발병률은 상대적으로 낮아 45세 미만의 젊은 층에서 뇌출혈 발병률은 10만명당 1.9건이다.


그러나,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박용숙 교수와 서울대 의대 장주성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젊은 성인에서 뇌출혈 발생 위험요인' 연구논문에 따르면, 최근 생활방식의 변화로 인해 소아·청소년기에서부터 비만·고지혈증이 매우 흔해지면서 젊은 나이에 뇌출혈 위험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박용숙 교수 연구팀은 2011년에서 2021년 사이 10년 동안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30세 이상 50세 미만 환자들을 분석했다. 이들 중 뇌동맥류, 뇌종양, 모야모야병, 동정맥 기형 등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모두 제외하고 자발성 뇌출혈로 입원했던 환자 73명의 나이, 성별, 체질량지수, 고혈압 및 당뇨병 병력, 흡연 이력, 음주량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중 남성이 83.6%로 대다수였으며, 비만에 해당하는 '체질량지수(BMI) 25' 초과가 약 50%였고, 흡연 이력(47.2%), 과도한 알코올 섭취(30.6%), 고혈압(41.1%), 고콜레스테롤혈증이 흔하게 관찰됐다.


박용숙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젊은 뇌출혈 환자들은 뇌출혈의 위치가 뇌 깊은 곳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74%에 달했다"면서 “깊은 뇌에서 뇌출혈이 발생한 경우에는 고혈압과 관련성을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 내용은 대한뇌혈관외과학회지 'JCEN'(2024년 6월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서 30대·40대 뇌출혈이 발생한 사람의 60%가 사망하거나 식물인간, 중증장애인, 거동 가능한 장애인의 형태로 매우 좋지 않은 결과를 보였다.


박 교수는 “고혈압, 비만, 음주, 흡연,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의 요인들이 젊은 층에서의 뇌혈관에 빠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됐다"면서 “젊을 때부터 혈압 및 체중 관리, 금연을 통해 자신과 가정에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상황을 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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