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 수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전체 고용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대한민국 경제의 '뿌리'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최근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중고'가 지속되면서 중소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대한민국 중소기업을 옥죄고 있는 여러 규제와 개선 방향을 기획시리즈로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돌봄 서비스 분야의 외국인 근로자에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급물살 타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은 외국인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비자 제도를 개선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외국인력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 향상까지 병행해야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 일할 사람 없는 中企…“생산성 높은 외국 인력 필요"
12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력 도입 규모 확대 및 각종 제도개선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중소기업들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력(E-9) 쿼터를 대폭 늘려 16만 5000명의 외국인력 투입을 결정했으나, 중소기업 현장의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에 부족하다는 호소이다.
특히, 중소 제조 현장에선 인력 충원 못지 않게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감액 조정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한국어 수준이 낮고 기초 전문능력도 미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하기 어려운 탓에 외국인 근로자를 쉽사리 고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같은 요구에 최근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논의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지만, 오늘 당장이라도 인력이 급한 산업계는 사회적 합의를 이룰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 없다는 분위기다.
따라서, 기업들은 차선책으로라도 외국인 비자 제도를 손질해 외국인력 수급 확대를 꾀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지난달 21일 국민의힘 주도로 열린 '저출생 시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구분적용 세미나'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법 개정이 최선책이겠지만, 중기업계는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차선책으로 외국인 인력이 국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전 생산성을 갖추게 하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유학생 취업문 넓히고 체류 기간도 길게"
업계가 제시하는 방안은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의 강화다. 비자 발급 시 한국어능력시험(TOPIK)의 커트라인을 높여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의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명로 본부장은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현장에서는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토픽 커트라인을 높여 소통이 가능한 인력을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안은 D-2 비자를 받은 외국인 유학생의 비전문 취업비자(E-9) 전환 창구를 여는 것이다. 지난해 D-2 비자로 국내에 체류 중인 국내 유학생은 16만9000여명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유학생 중 국내 취업을 희망하는 비율은 88.7%이지만, 요건이 까다로운 취업 비자(E-7)로 전환한 인원은 576명에 불과하다. 현재 유학생이 고용허가제 E-9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경로는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 유학생의 고용문을 넓힐 경우 청년층의 유입도 늘릴 수 있어 산업 현장에서의 인력 부족 현상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기간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푸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E-9 비자를 받으면 현재 최장 3년까지 근무가 가능하고, 고용주가 원할 경우 1년10개월을 추가할 수 있다.
그렇게 4년 10개월을 근무하면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최장 4년10개월(3년+1년 10개월)까지 근무할 수 있다. 10년 가까이 근무했다면 숙련된 인력이라 할 수 있으나, 정작 비자 탓에 더 이상 고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계는 기본 3년에 고용주가 3년 연장을 원하는 '3+3 6년'에 재입국 시 '최장 6년(3년+3년)'을 얹어 총 12년을 보장하면 숙련도 높은 외국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