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로 리츠 시장이 주목받는 가운데 그룹사를 대주주로 둔 '스폰서 리츠'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츠의 매력이 부각되는 시점에 발맞춰 모기업인 그룹사의 우량 자산을 매입해 몸집을 키워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지난 24일 롯데리츠는 신규자산인 L7 호텔 강남타워를 편입하기 위해 약 16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당초 1674억원으로 계획했던 유상증자 규모는 1640억원으로 축소됐다.
자금 조달 목적은 운영자금 및 단기차입금 상환이다. L7 호텔 강남타워 매입을 위해 받은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1620억원을, 운영자금에 19억9000만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신주 예정 발행가는 주당 3565원이다.
한화생명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화리츠도 4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매입에 실행한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다. 한화리츠는 지난달 한화생명으로부터 한화빌딩을 8080억원에 매입하기 위해 전단채 4500억원을 발행하고 나머지는 담보부대출을 실행한 바 있다.
그룹 차원에서 리츠는 그룹의 핵심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창구로 여겨진다. 이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계열사 자산을 관리하는 '스폰서 리츠'가 생겨났다. 그룹사는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추후 신규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SK리츠는 SK하이닉스 수처리시설을 편입했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는 수처리시설 매각으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SK리츠 역시 해당 자산의 임대수익 상승으로 실적을 높이고 있는 양상이다.
롯데그룹도 이러한 측면에서 스폰서 리츠인 롯데리츠를 활용 중이다. 롯데리츠는 자산 규모 2조3000억원으로 국내 초대형 리츠 중 하나다. 자기자본(에쿼티) 규모는 1조1900억원으로 이 중 롯데쇼핑이 최대주주로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고 외부투자자가 나머지 50%에 투자하고 있다. 과거 롯데리츠는 대부분 그룹의 리테일 자산 위주로 매입해 운용했지만 최근 들어 오피스나 호텔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L7 호텔 편입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신세계건설, 이마트 등 계열사의 실적 악화로 부진을 겪고 있는 신세계그룹도 리츠 시장 진출에 나섰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프라퍼티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투자운용을 통해 1호 스폰서 리츠인 '신세계스타리츠' 상장을 추진 중이다. 스타필드 하남을 기초자산으로 다음 달 중 국토교통부에 신세계스타리츠의 영업인가를 신청한다. 영업인가가 완료되면 내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리츠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투자 측면에서 리츠주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내년 적용 예정인 리츠 배당확대법 개정안이 리츠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리츠 배당확대법은 자산 평가 손익을 배당가능이익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이다. 기존에는 리츠 자산 평가 시 배당 이익을 계산할 때 평가액이 하락하면 하락한 금액만큼 제외하고 배당했으나 개정안이 적용되면 평가손실을 반영하지 않고 실제로 발생한 리츠 수익의 90%까지 배당받을 수 있게 된다. 배당확대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내년 1월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츠 배당확대법이 적용되면 현재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는 롯데리츠 등이 유상증자 가액 확정 시점을 전후로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