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이복현 금감원장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가계대출 관리, 부동산PF, 두산그룹 합병 논란 등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금감원장 개인의 정치금융, 월권 행위 등에 대한 날선 비판도 이어졌다. 당초 파상공세가 예상됐던 고려아연 사태나 두산그룹 관련 내용은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이 원장 “가계대출 혼란 드려 국민께 사과"
이복현 원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감에서 “가계대출 관련해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가계대출 관리 과정에서 국민께 불편을 드려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답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 원장이 금융정책이나 금융제도에 대해 발언을 꾸준히 내놓으면서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금감원은 금융위의 하부조직으로 금융위가 위임하는 사건에 대해 감독·조사 업무만을 담당하게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정책에 대한 발언이 잦다"며 “이는 월권 행위다"라고 질책했다.
이에 이 원장은 “여러가지로 불편함을 드렸거나 제가 미숙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 말씀드린다"면서도 “공매도와 관련해 제가 발언하거나 입장을 취한 부분은 경제팀에서 합의가 된 내용이거나 공감대가 형성된 내용이었다"고 답했다.
이 원장의 정치적 욕심이 금감원은 물론 시장 전체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감원 내부에서 임원인사가 2년간 13차례, 수시 인사가 52차례 이뤄졌고 블라인드 앱에도 직원들이 원장의 정치 욕심에 대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며 “(이 원장의) 정치검찰식 언론 호도를 통해 이렇게 금융감독원을 금융정치원으로 만들면 제대로 된 시장이 조성되겠냐"고 질타했다.
이 원장은 이에 “인사나 조직 운영에 대해 잘 살펴보라는 것에 대해서는 유념하겠다"면서도 “다만 정치적 의도가 있다거나 다른 어떤 외부 의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두산 합병엔 “시장의 요구에 맞는 방향 기대 중"
최근 합병가액 산정 기준으로 논란이 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관련 문제도 언급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원장에게 “두산그룹의 합병 관련해서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넘어서서 결국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등 편법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개선 필요성에 대해 물었다.
이 원장은 “시장의 요구에 맞고 주주가치 환원의 정신에 맞는 방향으로 수정을 하는 걸로 기대하고 있다"며 “두산 그룹 자체의 의도를 제가 평가할 건 아니지만 시장에서 합병가액이나 의사결정 경위 등에 대해 궁금해하는 부분이 많았고 금감원이 금융전문가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거듭 반려 요청을 했다"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이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대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느냐"고 묻자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상법 개정 관련해서는 시장 활성화시키고 주식 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제도를 추진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검토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깊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당초 이날 국감에는 김민철 두산그룹 재무담당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증인 출석 요구가 철회되면서 출석하지 않았다.
“평가등급 재산정 등 부동산PF 우려 불식 노력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관련, 관리당국의 부실한 관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부동산PF 우려가 나온 이후 관리 당국이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그 이후 나온 대책은 모순점이 많고 불안한 요인이 많다"며 “금융당국이 금융기관들에게 부동산PF 관련 명확한 지침을 내리거나 책임 조치를 취한 것이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 원장은 “최근 2년간 이 부분에 대해 핵심적인 정책들을 조사하고 있다"며 “부동산PF 평가등급을 3단계에서 4단계로 나누면서 평가 기준을 엄격하게 정하는 등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