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서 불성실공시법인이 급증하고 있다. 회사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자금조달을 시도했으나 투자를 꺼린 투자자들에 의해 공시가 철회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주가에 부담을 주는 자금조달 시도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불성실공시법인의 증가는 밸류업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5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건수는 총 96건이다. 작년 한 해 지정된 70건을 이미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100건을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의 주된 원인은 코스닥 상장사들의 자금조달 실패다. 최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디딤이앤에프는 3월 결정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연기를 거듭하다 결국 철회됐다. 큐라티스는 8월 공시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철회해 불성실공시법인이 됐다.
아예 기업 인수합병이 무산되며 공시 철회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올해 8월 젬텍 등과의 주식 양수도 계약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세 건을 통해 경영권 이전을 계획했으나 모두 취소됐다.
5일 기준 누적 벌점 10점 이상 코스닥 기업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후 1년간 누적 벌점이 15점에 달하면 주권 매매가 정지되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누적 벌점이 있는 회사는 총 56개이며, 15점 이상인 회사는 7곳이다. 엔케이맥스(39.4점), 엠에프엠코리아(35.7점), 제넨바이오(33.4점) 등은 30점을 훌쩍 넘어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됐다. 15점 미만이면서 10점 이상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6곳도 향후 언제든지 주식 거래정지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증권업계는 국내외 경기 부진으로 투자자들의 현금 유동성이 악화된 점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작년보다 시장금리는 다소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부동산에 몰린 자금도 그대로 묶여 있다. 특히 사업 초기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제약·바이오 기업과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은 상장 요건을 유지하기조차 힘들다는 후문이다.
상장사들의 낮은 수익성도 투자 기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조4996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5798억원) 대비 1.44%(802억원) 감소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자사주 소각 등 밸류업 정책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으며 유상증자 발행을 늘리자 주가 가치가 하락했고, 불성실공시로 기업 신뢰도마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닥 지수는 올해 초 이후 이달 5일까지 약 13% 하락했다.
이에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금 이탈 등 한국 경제의 부정적인 분위기가 자금조달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량기업에는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