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 상장사 네이버를 매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외인 이탈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례적인 현상이다. 최근 네이버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은 물론, 향후 AI 플랫폼 강화 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1조395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 8월부터 10일까지 3개월 연속 총 15조원어치 순매도가 이뤄진 데 이어 이탈이 지속 중이다.
이달 초 미국 제 47대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국내 증시 주력 업종(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에 정책 불확실성 우려가 발생한 것이 이탈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선까지 급등한 것도 투자자 이탈의 한 원인이 됐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주 한때 2300대까지 내렸으며,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도 4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런 가운데 조선·방산주만큼은 '트럼프 수혜주'로 평가받아 상승세를 탔다. 트럼프가 당선되며 글로벌 지정학 우려가 가중된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협력을 당부한 것이 주효했다. 실제로 미국 대선 직후 현재까지 현대힘스와 삼성중공업 등 주요 조선주가 20~40% 올랐다. 방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10% 가까이 상승했다.
국내 증시를 떠나는 외국인들도 조선·방산주만큼은 주목했다. 이달 8일부터 15일까지 약 한주간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중공업을 1242억원, 현대힘스를 766억원어치 각각 사들이며 최다 순매수 2·3위에 올렸다. 한화시스템도 646억원으로 순위권에 올랐다.
그런 가운데 외국인 순매수 1위는 전혀 의외의 종목이 차지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주간 외국인들은 총 3571억원을 네이버 주식을 사들이는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전체로 봐도 4540억원으로 명실공히 1위다.
국내 증시 호황기 대표 IT 주로 주목받던 네이버는 2021년 정부의 플랫폼 규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탔다. 한때 최대 45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올해 9월경 15만1000원까지 내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단순 규제 뿐 아니라 광고매출 의존도가 큰 수익구조 탓에 성장성에 의문부호가 붙은 탓이다. 작년 말~올해 초 AI가 큰 화두로 떠올랐을 당시에도 네이버의 생성형 AI 서비스 시작이 다소 늦은 탓에 주목도가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2년 동안 네이버 주식을 1조7111억원 매각하며 순매도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네이버가 이번 3분기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하는 실적을 거둔 것이 투심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분기 네이버가 거둔 순이익 5301억원은 시장 예상치를 37.93%나 상회하는 수치였다. 시장 예상보다 네이버의 수익성 개선이 훨씬 앞당겨졌다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지지부진했던 AI 사업에 대해 최근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이 외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결정타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1일 네이버는 행사를 통해 주요 사업의 AI 적용 현황 및 서비스 전략을 공유했다. 검색, 콘텐츠, 쇼핑 등 자사 서비스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내년부터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외국인 뿐 아니라 증권가에서도 이같은 네이버의 포부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목표한 대로 실제 서비스에 잘 구현된다면 지난 1~2년간 주가를 짓눌렀던 매출 성장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화된 AI 활용 전략과 서비스 변화에 따른 성장이 주가에 반영될 시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