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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 ‘이율 0%’ CB발행…오버행 우려 더 커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1.25 14:40

제2회차 CB 상환 목적 120억원 발행
만기 이자 부담 완화와 FI 전환 유도해 재무 안정
3회 CB와 함께 최대 ‘14.62%’ 주가 희석 예상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생명과학 CI

코오롱생명과학이 약 120억원 규모 신규 전환사채(CB) 발행과 기존 CB의 조건 변경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채무·이자 부담을 줄이면서 재무적 투자자(FI)의 주식 전환을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식 전환 시 발생할 오버행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2일 제6회차 CB 발행을 공시했다.


이번 CB 발행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재무 개선을 위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CB 규모는 120억원으로 전액 2회차 CB에 대한 채무상환 용도로 쓰일 예정이며, 표면·만기 이자율이 모두 '0%'다.


상환 대상인 2회차 CB는 2021년 12월 150억원 규모로 발행됐으며 만기는 2051년이다. 액면 이자율이 0%지만, 사채 발행 후 3년 경과 시 BBB-등급의 3년 만기 무보증공모회사채 이자율에 2%의 가산금리를 추가해 만기수익률이 정해지는 구조다. 이달 9일 기준 BBB-등급 회사채 3년 금리가 9.33%인 만큼 오는 12월 6일 이후 2회차 CB의 만기 수익률도 10%를 넘어갈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2회차 CB 중 20억원은 재무적 투자자(FI)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주식 전환됐으며, 나머지 130억원 중 120억원은 표면·만기 이자율이 0%인 CB로 바뀌어 만기 시 재무적 부담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게 됐다.




2회차 CB와 비슷한 시기에 발행된 3회차 CB(250억원)의 계약조건도 최근 변경됐다. 이 역시 2회차 CB와 동일하게 12월 6일부터 가산된 만기수익률이 적용될 처지였지만, 지난달 8일 변경 금리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바꿔 오는 2026년 12월까지는 기존 만기수익률인 4%가 적용될 수 있게 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이같은 행보는 현재 전환사채를 소유하고 있는 FI들의 전환청구권 행사를 유도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작년 연간 영업이익·순이익이 적자전환한 후 올해도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189억원, 순손실이 764억원에 이른다. 작년부터 계속된 의약·바이오 부문의 매출 부진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중이다.


특히 올해 6월 코오롱생명과학 김천2공장에 화재가 나며 이를 보전하기 위한 비용도 558억원이나 지출됐다. 회사로써는 크게 악화된 재무 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FI가 CB를 주식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이익이 되는 상황이다.


이미 제2회차, 3회차 CB의 전환가액도 크게 낮아진 것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6월 코오롱생명과학은 재무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2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당시 제2회차, 3회차 CB의 전환가액도 3만2611원에서 2만1760원으로 크게 낮아졌다. 게다가 이번에 제2회차 CB를 상환하는 6회차 CB의 경우 전환가액이 1만7985원으로 더욱 낮다.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도 이와 비슷한 1만8000원 수준이다.


애초에 6회차 CB가 표면·만기 이율 0%로 발행되는 것 자체가 FI들이 코오롱생명과학의 재무 개선 및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봐 전환청구권 행사를 노리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 CB의 투자자들은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이다.


문제는 오버행이다. 올해 20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이뤄진 상황에서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회사의 태도로 향후 주가 희석 우려가 크게 증가했다. 이미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도 올해 들어서만 32%가량 급락한 상태다.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의 발행주식 수는 1242만3387주다. 추후 3회차·6회차 CB가 전액 주식 전환(총 181만6557주)된다고 단순 계산하면 지분 희석 비율은 14.62%에 달한다. 현재 3회차 CB의 전환청구기간은 진행 중이며, 6회차는 오는 2025년 11월 26일부터 시작된다.


이와 관련, 확인하기 위해 에너지경제신문은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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