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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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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증권, 모기업·경쟁사는 주주 환원…자신은 주주 희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01 09:00

‘2000억 유증’ 개인주주 희생으로 빚 갚기 논란

모기업 현대차, 대규모 자사주 매입으로 ‘호평’

NH투자증권,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으로 주가 상승

현대차증권

▲현대차증권 CI

최근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현대차증권의 주가가 크게 폭락했다. 대규모 유증인 데다 주주배정 방식으로 주가 훼손의 부담은 개인투자자가 전부 떠안으면서, 현대차증권 및 주관사에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기 때문이다. 정작 모기업 현대차와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으로 증시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현대차증권은 2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총 발행주식 대비 무려 80%에 달하는 신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이 2000억원 중 1000억원은 채무상환 자금, 나머지 1000억원은 신사업 투자에 쓰일 방침이다.


이 유상증자 결정이 공시되자마자 벌써 여러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대규모 주주가치 훼손 우려다. 현 발행 주식의 두 배 가까운 주식이 새로 발행돼 주가 희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채무상환 목적도 문제다. 현대차증권이 이번 유증으로 상환할 채무는 흥국·부국증권으로부터 차입한 225억원어치 기업어음증권, 2019년 발행한 775억원어치 상환전환우선주(RCPS)다. 회사는 내년부터 해당 채무들에 대한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 조기 청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결국 유상증자가 주주배정 방식을 띠고 있는 이상, 이 빚을 투자자들에게 떠넘기는 형태로 보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모기업 현대차가 배정된 주식 100% 청약을 약속했으나 이는 374억6100만원 규모에 불과하다. 나머지 특수관계인 현대모비스, 기아 등 계열사가 청약에 100% 참여해야 소액주주가 짊어질 빚 부담이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아직 계열사들의 청약 참여 여부는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이번 유상증자에 개인주주들이 등을 돌린다고 해도 현대차증권 입장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 주관사 NH투자증권이 실권주를 전량 인수하기 때문이다. 실권 수수료가 13%로 상당히 높고 인수한 주식은 언제든 장내 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밑지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결국 개인주주만 손해를 보는 구조 속에서 민심은 차가워졌고, 이는 곧 주가로 나타났다. 유증이 공시된 직후 지난달 27일 현대차증권의 주가는 기존 8800원대에서 13% 하락한 7650원에 마감했다. 유증 공시만으로도 벌써 주가 훼손에 의한 소액주주의 피해가 현실화한 것이다.


모기업 현대차가 최근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현대차증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현대차증권이 유상증자안을 결정하고 다음날인 11월 27일, 현대차는 주주환원을 위해 1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는 안을 공시했다. 총 발행주식의 1.7% 규모다. 이미 현대차는 올 8월에도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향후 3년 동안 4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기다려온 자사주 매입 발표로 현대차 주가의 바닥 근거가 확인됐다"며 “주주환원으로 하방을 지지한 후, 미국 고객사와 차량 수출 모멘텀을 통한 우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유상증자 주관사 NH투자증권도 업계 내 선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현대차증권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 3월 배당 기준 NH투자증권의 현금배당은 총 2808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13.5% 확대됐다. 배당성향은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50.1%에 해당한다. 이와 더불어 자사주 417만주를 매입 후 소각하기도 했다.


여기에 올해 실적 개선까지 더하며 NH투자증권의 주가는 올해 32%가량 상승했다. 현재 시총 규모도 4조3000억원대로 삼성증권을 제치고 증권사 중 2위를 차지했다.


배형근 현대차증권 사장은 “이번 유상증자를 기반으로 회사가 중장기적으로 밸류업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대차증권이 증권업계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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