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신용평가사 3사는 모두 올해 산업전망을 내놓았다. 3사는 대한민국의 내년 경제 전망을 이구동성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건설, 석유화학, 이차전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다. 그럼에도 조선과 방산, 자동차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 18일 한국신용평가는 2025년 대한민국 경제에 대해 “국내외 불확실한 거시경제 상황 이어지는 가운데 산업 전망은 비우호적이고, 기업 신용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다른 신평사도 평가는 유사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업종간 등급방향성 차별화되나, 전반적으로 등급상향동력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고, 한국기업평가 역시 "2025년 국내외 경기가 약세를 보이고, 주요 산업의 신용도 하향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신평사 3사의 국내 기업과 금융사를 분석방식은 유사했다. 기업의 경우 ▲미국 트럼프 2기 출범 ▲고환율(강달러) ▲글로벌 수요부진 ▲중국 경기 불확실성 및 공급과잉을, 금융사는 ▲금리 하락 ▲조달환경 개선 ▲규제 및 정책 강화 ▲국내외 부동산경기 침체 등과 같은 외부환경을 고려해 내년을 전망했다.
◇트럼프·중국, 글로벌 수요 부진 국내 산업에 '직격탄' 전망
글로벌 수요가 부진하고, 중국 경기의 불확실성 및 공급과잉은 국내 모든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석유 화학과 철강 산업은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2기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대부분 산업이 중립적일 것으로 내다봤으며 조선, 정유, 방위산업은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그리고 강달러는 완성차, 해운, 메모리반도체 등 수출 중심 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업종의 경우, 금리 하락, 조달환경 개선 등 외부환경이 업황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외 부동산경기 침체란 환경은 증권, 저축은행, 부동산신탁 등의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는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의존했던 금융 업태에 대한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건설·석유화학·이차전지
올해 석유화학, 건설, 이차전지 업황은 어려웠다. 화학사들은 구조적인 위기에 빠졌고, 지난해 말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건설사는 부도를 걱정해야 했다. 이차전지 업계는 전기차 캐즘(Chasm)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내년 역시 크게 달라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중국과 중동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과잉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금리 인하와 중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수요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나, 누적된 공급부담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분석된다.
김서연 나신평 연구원은 “반전 모멘텀은 보이지 않고, 불황이 장기화 됨에 따라 신용도 저하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 말했다.
건설산업은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속에 분양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착공 감소로 인한 매출 축소와 공사원가 부담, 미분양 관련 손실이 실적을 제약하는 가운데, 공사미수금과 PF우발채무 리스크도 아직 해결되긴 어려운 모습이다.
이차전지산업은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투자계획 축소와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수요 약세가 예상된다. 여기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화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호섭 한신평 연구원은 “이차전지 산업은 수요둔화, 과잉설비, 정책적 불확실성이란 삼중고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2025년 조선·방산·완성차 '선전' 예고
내년도 제조업 전반의 불황 속에서도 조선, 방산, 완성차 산업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
방산업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적인 재무장 수요와 K-방산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안정적인 내수 수요와 수출 확대로 과거 대비 개선된 영업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기업들은 경쟁 심화와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선된 제품 구성과 다각화된 지역 및 파워트레인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예상된다. 미국의 정책 변화 리스크에도 생산시설 확대와 유연한 대응능력으로 영업기반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은 신규수주가 다소 감소하겠으나, 확보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한 협상력으로 수주선가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특히 고선가 수주분의 실적 반영이 늘어나면서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현준 한신평 연구원은 “신규 수주가 줄더라도 확충된 수주 잔고를 고려할 때 실적 개선은 상수다"고 말했다.